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2일 오후 6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했다. ‘택시에 4명이 타는 건 가능하냐'는 청취자의 문자 질문에 그는 “수도권 5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정에 어긋난다. 나눠 타셔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본지 기자가 오후 4시쯤 서울시 관계 부서 담당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논란이 있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오후 7시쯤 다시 묻자 “택시는 사적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4명이 함께 탈 수 있도록 정리했다”고 했다. 당장 자정부터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시행하는데, 서울시 수장조차 방역 지침을 잘못 전달한 것이다. 서울시는 23일 오후 2시쯤 ‘택시에 4명이 탈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공식 발표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서울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시행을 둘러싸고 시민들은 물론이고 행정명령을 발동한 지자체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지역 맘카페에는 아이를 시댁에 맡겨도 되는지 묻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고, 댓글마다 서로 해석을 보태며 가능 여부를 따졌다. 22일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친정 어머니가 집에 와서 아이를 봐도 되느냐”고 물었을 땐 “안 된다”고 했지만, 시청 담담 공무원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날 하루 동안 답변하는 주체에 따라 답이 바뀌면서, 지침 기준을 추측하려는 시민들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번 행정명령의 취지는 간단하다.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불필요한 모임을 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공포하면서 시작됐다. 어떤 건 필요하고, 어떤 건 불필요한지 무 자르듯 기준을 세울 수 없는 탓이다. 아이가 있는 집에 지방에서 부모가 올라왔다면, 아이를 봐주러 온 것인지 가족끼리 얼굴을 보러 온 것인지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방역 당국이 이런 혼란을 문의에 답해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과 시민들 몫으로 남겨 놓는 건 무책임하다. 벌써부터 봉쇄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고, 어정쩡한 기준으로 모임은 금지하겠다는 ‘K 남 탓’이라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