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선수인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초·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 10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흥국생명도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지난달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서울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프로배구 올스타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된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이 경기 전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구단 소속 이재영·다영 선수의 학폭 사실과 관련해 팬 여러분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반성하도록 하겠으며, 앞으로 선수관리에 만전을 기해 우리 구단과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철없었던 지난날 무책임한 행동…직접 사과하고 싶다”

흥국생명은 입장문과 함께 두 선수의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재영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썼다. 이어 “좀 더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다”며 “이제라도 저로 인해 고통 받았을 친구들이 받아준다면 직접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겠다”고 했다.

이재영 사과문. /흥국생명

이다영은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양해해준다면 직접 찾아 사과하겠다”며 “피해자들이 가진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이다영 사과문. /흥국생명

◇”부모 욕하고 칼로 협박도 했다”

앞서 이들 선수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는 이날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면서 학폭 피해 사례 20여건을 나열했다. A씨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초·중학교 배구팀 시절 단체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들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전주 중산초, 진주 경해여중을 졸업했다.

배구 선수 이재영·다영 자매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가 수정 전 작성한 글. /네이트판

A씨 등 피해자 다수는 가해자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흉기로 협박 당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는데 불을 끈 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다”며 “피곤했던 피해자는 좋은 어투로 여러 번 거절했으나 가해자는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으며 본인들의 마음에 안 들면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했다”며 “피해자만 탈의실 밖에 둔 채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스케치북에 피해자 욕과 피해자의 가족 욕을 적어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했다”고 했다. 또 “툭하면 돈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렸다.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며 “그렇게 걷은 돈으로 휴게소에서 자기들만 음식을 사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들만 가해자가 되기 싫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피해자를 공격하는) 나쁜 행동을 시켰다”고도 했다.

A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해자들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여러 TV 프로그램에도 나온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도망치듯 다른 학교로 가버렸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겠느냐”고 했다.

배구 선수 이재영·다영 자매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가 수정 전 작성한 글에 공유된 초등학교 시절 단체 사진. /네이트판

◇다음은 흥국생명의 사과문 전문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입니다.

구단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사실과 관련하여 우선 팬 여러분께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습니다.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반성을 하도록 하겠으며, 앞으로 선수관리에 만전을기해 우리 구단과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은 이재영·이다영의 자필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배구선수 이재영입니다. 어떤 말부터 사죄의 말씀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제가 철 없었던 지난 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먼저 학상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합니다.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

프로무대에 데뷔하여 많은 팬 여러분들께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으면서 좀 더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또한 이제라도 저로 인해 고통 받았을 친구들이 받아 준다면 직접 뵙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겠습니다.

힘든 시기에 다시 한 번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배구선수 이다영입니다.

우선 조심스럽게 사과문을 전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렇게 자필로 전합니다.

피해자 분들께서 양해해 주신다면 직접 찾아 뵈어 사과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피해자 분들이 가진 트라우마에 대하여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