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 교실에서 사용하는 칠판 3개 중 1개는 아직 분필 칠판이다. 화장실 5개 중 1개도 쪼그려 앉아 용변을 봐야 하는 화변기(和便器·재래식 변기)였다. 매년 지적되는 문제지만 개선 작업은 더디다. 교육 재정이 남아돌고 선심성 교육 재난 지원금에 수천억원을 쓰면서 정작 이런 기본적인 시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칠판에 적힌 D-100일 카운트 앞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11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초⋅중⋅고교 칠판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칠판 40만2643개 가운데 12만5637개(31.2%)가 분필 칠판이었다. 서울(57.3%)과 경기(53.5%)는 분필 칠판이 과반인 것으로 집계됐고, 울산(34.8%)과 충남(34.7%)도 전국 평균보다 분필 칠판 비율이 높았다. 반면 세종은 학교 칠판 4032개가 모두 전자 칠판으로 분필 칠판은 하나도 없었다. 칠판 내구 연한은 8년인데 서울 학교 칠판 1만3609개는 10년 이상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188개는 20년 이상 된 것이었다. 분필 칠판은 가루가 날려 학생들 호흡기에 좋지 않다.

또 전국 초⋅중⋅고교 화장실 변기 81만3296개 가운데 17만3812개(21.4%)가 화변기로 집계됐다. 경북(36%), 경남(35.1%), 광주(34.8%) 등의 순으로 화변기 비율이 높았다. 화변기는 쪼그려 앉는 자세가 불편해 어린 학생들이 꺼린다. 강 의원은 “각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 낡은 시설을 하루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추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9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예산 규모가 커진 전국 교육청이 학교 변기나 분필 칠판 등 학생들 건강과 직결되는 시설 개선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7개 교육청 가운데 11곳은 작년과 올해 학생 1인당 3만~30만원 지원금 등 이른바 교육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4742억원을 쓴다. 이 가운데 2000억원은 2차 추경으로 교부금이 6조원 이상 불어나자 신규 편성한 것이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 지원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이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 개선이 가능하다”며 “늘어난 교부금을 학생 수업과 안전에 직결되는 환경 개선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