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시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다 경찰,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3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에 나서며 승강장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월 20일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탑승 시위를 진행한지 62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시청역 1호선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을 마치는대로 열차에 탑승해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전장연은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는 지난달 서울시 발표에 대해 “서울시가 표적 조사를 멈추지 않고,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23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전장연은 22일 밤 “지하철 탑승 시위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로 보류한다”고 했으나, “서울시가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를 뒤집었다.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박 대표와 휠체어를 탄 전장연 관계자 5명은 승강장 스크린 도어 앞으로 이동해 열차 탑승을 시도했고, 경찰은 이를 막아섰다.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약 30분간 10-1~10-4 승강장에 내리려는 승객들이 모두 옆 칸으로 이동해서 하차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오전 9시 15분쯤 “서울시가 대화를 거부하면 오전 11시에 다시 300여명이 와서 탑승을 요구할 것”이라 예고한 뒤 한발 물러났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3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열차 탑승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정해민 기자

이날 승강장 대치상황으로 시청역을 통과하는 지하철 중 일부는 출발이 3~5분씩 지연되기도 했다. 매일 시청역으로 출근한다는 이모(25)씨는 “전장연 시위 뉴스를 보고 일찍 나왔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난다”며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제발 자제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했다. 대학생 전모(26)씨도 “옆 칸으로 이동해서 내리느라 사람들이 몰려 미어 터지는 줄 알았다”며 “환승 통로 앞에서 시위하는 바람에 경찰 등 인파가 몰려 나가기도 불편하다”고 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도를 시작으로, 오후 7시30분까지 종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최대 800여명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도심 곳곳이 혼잡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기동개 2개 중대와 지하철 보안관 약 60여명을 시청역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