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하경

경찰의 명예퇴직 신청이 급증하자, 경찰청이 올해 명예퇴직 대상자를 800명으로 제한한 것으로 5일 나타났다. ‘예산 부족’이 명목이지만, 급격한 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됐다. 20~30대 경찰관들의 퇴직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고참·신입의 동시 인력 유출이 늘어나면서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명예퇴직자 수는 2020년 710명, 2021년 865명, 2022년 1025명으로 2년 새 44% 늘었다.

그래픽=김하경

명예퇴직을 원하는 경찰은 많고, 숫자는 제한되면서 일선 경찰 사이에선 명예퇴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달 4일 ‘4차례로 정기 신청을 제한하고, 수시 신청도 8월 31일까지 마감하라’고 각 시·도 경찰청에 통지했다. 신청자가 많으면, 계급이 높거나 오래 근무한 사람을 우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경찰청은 명예퇴직 제한 사유로 ‘예산 부족’을 들었다. 올해 명예퇴직 관련 예산은 작년보다 67억원 증액된 522억6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는 800명만 명예퇴직이 가능하다는 게 경찰청 입장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남았던 수당 예산 등을 끌어 썼지만, 올해는 다른 예산을 가져올 여유가 없다고 한다.

명예퇴직 신청자는 대부분 20년 이상 근무한 경찰로 알려졌다.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현장을 지켜온 경위·경감과 각 시·도청에서 일선을 지휘 감독한 경정, 총경, 경무관 등이다.

경찰관들은 “높은 업무 강도,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월급 등이 명예퇴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한 서울의 한 경찰서 경정은 “잦은 야근으로 건강이 악화된 데다가 이 조직에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뭘지 의구심이 들어 정년보다 일찍 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른 경찰 정년은 60세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험 많은 경찰관들의 명예퇴직 신청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 내 젊은 인력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5명이었던 2030 경찰 퇴직자는 작년 201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 7월까지 퇴직한 20~30대 경찰은 216명으로 전체 퇴직자(932명)의 23%였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순경 총 321명이 사직했다. 이 중 314명(97.8%)은 ‘근무 5년 미만’이었다. 이들은 경찰 조직의 수직적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을 이유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순경으로 일하다 최근 퇴직한 A씨는 “악성 민원에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다”며 “사명감으로 경찰에 들어왔는데 매일 업무에 허덕이면서 차라리 일찍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A씨는 수도권 지구대 소속으로 4교대 근무를 하며 월평균 25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의무 복무(6년)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사표를 낸 경찰대 졸업생 수도 3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경찰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수사 부서에서는 “처리해야 할 사건이 폭증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경찰의 ‘사건 한 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에서 작년 67.7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효율적 배분으로 경찰 인력 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수한 경찰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조직 재점검을 진지하게 해야 할 때”라며 “인력 재배치 등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찰의 수는 13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