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문신을 한 불사파 조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는 모습./경찰 제공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강남의 한 유명 갤러리 대표를 납치, 감금해 흉기로 협박한 조폭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이들 중엔 1983년생끼리 모인 자칭 ‘불사파’ 조폭 조직원 3명도 포함됐다. 전신에 문신을 한 불사파 조직원들은 범죄 수익금으로 월세 1300만원의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투자업체 대표 유모(30)씨와 직원 2명, 유씨가 동원한 불사파 조직원 3명, 귀화 조선족 폭력배 3명 등 총 9명을 지난 20일 검거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미술품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명목으로 강남구 도산대로 소재의 한 갤러리 대표 A씨를 서울 서초구의 유씨가 운영하는 투자업체 사무실과 지하실, 차량 등에 감금한 채 살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는 지난 3∼4월 A씨에게 이우환 화백 그림 4점,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1점에 총 28억원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42억원으로 돌려받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42억원을 받지 못하자 마음대로 이자를 정해 총 87억원을 달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훌쩍 뛰어넘는 연 700%대의 고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불사파 조직원들이 몸에 새긴 문신./경찰 제공

유씨는 A씨를 협박하기 위해 불사파, 조선족 폭력배를 동원했다. 유씨는 A씨에게 “조폭, 조선족을 시켜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당신과 남편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A씨 사주를 받은 불사파는 지난달 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 앞에서 A씨를 차량에 납치해 서울 서초구의 유씨 투자업체 빌딩 지하실로 데려갔다. 조선족 폭력배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너클나이프 등 흉기로 A씨를 협박하면서 A씨 남편의 연대 보증을 강요했다고 한다. 또 불사파는 지난달 3일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A씨 갤러리를 찾아가 시가 3900만원 상당의 그림 3점을 빼앗기도 했다. 이어 지난 13일 A씨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해 2억100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불사파는 전형적인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조폭’이다. MZ 조폭은 출신 등을 따지지 않고 오직 돈을 벌 목적으로 또래끼리 모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가상화폐 및 주식 리딩방 사기, 온라인 불법 도박,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가담하고 있다. SNS에 호화 생활 사진을 올려 세력을 과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불사파는 지난 2021년 범서방파·이천연합파 출신 등이 모여 결성,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까지 하며 세를 불려왔다고 한다. 불사파 조직원들은 “배우 송강호가 출연한 1997년작 영화 ‘넘버 3′에 등장하는 조폭 조직명에 영감을 얻어 작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3~7월 조직폭력범죄 특별단속 결과 1589명을 붙잡았는데, 절반 이상인 919명(57.8%)이 30대 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