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조폭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바다 수영을 강요해 숨지게 한 일명 ‘거제 가스라이팅’ 사건의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영석)는 과실치사와 중감금치상, 공갈, 강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2시 10분쯤 경남 거제시 옥포항 수변공원에서 50대 B 씨와 C 씨에게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라”고 강요한 혐의 등을 받는다. 술에 취한 채 바다에 들어간 두 사람 중 B씨는 파도에 휩쓸려 결국 숨졌다. 당시 A씨와 피해자들은 소주 22병을 나눠 마신 상태였고,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9%로 조사됐다.
사고가 발생한 바다는 수심이 4m로 깊고, 경사가 급해 일반인이 수영하지 못하도록 안전 난간이 설치된 곳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0년쯤 부산역 무료 급식소에서 일하며 노숙 생활을 하던 C 씨 등을 알게 됐고, 2018년 무렵부터 함께 술을 마시는 등 어울렸다. A씨는 자신이 마치 부산지역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한 것처럼 행세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을 느낀 A씨는 기분이 나쁘거나,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마다 주먹과 발 등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했다.
모텔 객실에서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게 하고 술을 먹이거나,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 행위도 일삼았다. 피해자들이 쓰러지면 “기절한 척하지 마라”며 때렸다. 피해자들끼리 싸우도록 지시해 결국 한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가게 했다. 약 17㎞ 거리를 5시간 동안 걷게 하거나, 14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게 하는 등 괴롭힘의 수위는 높아졌다.
피해자들이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일용직 일당도 A씨가 가로챘다. A씨에게 뺏긴 돈만 약 17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거나 억압하지 않았다”며 “특히 바다에서 수영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와 증인 진술이 일관되고, B씨가 사망하기 직전 식당에서 A씨에게 무릎 꿇는 CCTV 장면 등을 봤을 때 A씨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억압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김영석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피해자들을 지배·억압하면서 돈을 갈취하거나 여러 차례 감금한 것도 모자라 B 씨가 익사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피해자들이 겪은 신체·정신적 고통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피해 회복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