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형법상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군형법상 반란 등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박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위헌·위법이라는 지적을 받는 비상계엄 포고령 1호를 발표하고, 조지호 경찰청장(구속)에게 국회 시설 통제를 요청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한 후에도 계엄사령부 편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내 경호처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지난 11일 이후 2차 압수수색 시도다. 그러나 경호처가 경찰의 진입을 거부했다. 양측은 이날 밤까지 대치했다. 경호처 서버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조지호 경찰청장(구속)에게 비화폰으로 6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한 통화 기록 등이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화폰은 도·감청 및 통화 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대통령실은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강제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다. 경호처는 경찰의 청사 진입을 불허하고 임의 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일부 자료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특히 경호처를 주목하는 데는 경호처 서버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내린 혐의(내란·직권남용 등)를 입증할 만한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대통령실 압수 수색 시도는 지난 11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지난 11일 압수 수색 시도 때도 경호처는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직접 건의하는 등 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정부의 초대 경호처장을 맡으면서 경호처 내 데이터 서버 확충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2022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넘게 경호처장을 지냈다. 수사단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으로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뿐 아니라 군과 경찰에 직통할 수 있는 비화폰을 대폭 늘린 정황이 파악됐다”고 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조 청장에게 비화폰을 사전에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국장급 이상 경찰 간부들에게 제공됐던 비화폰은 작년 전량 폐기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 경호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청장 비화폰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기간 국무위원 등에게 추가 지급된 비화폰의 관리 주체는 경호처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경호처 서버를 확보할 경우 비상계엄을 전후해 윤 대통령이 비화폰을 통해 국무위원, 군, 경찰 등에 각종 지시를 내린 흔적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내면서 경호처 특성상 보안이 유지된다는 점을 이용해 비화폰 등을 통해 ‘군 내 김용현 사조직’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준 현 대통령경호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쯤 조 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삼청동 안전 가옥으로 불러 ‘계엄 작전 문건’을 전달할 당시, 두 청장을 직접 안가로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