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무라 다쿠야와 쵸난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인기아이돌 스마프. 현재는 해산한 스마프지만, 그룹의 리더는 기무라 다쿠야가 아닌 나카이 마사히로(52)다. 아이돌 가수였던 나카이는 겸손하면서도 적확하고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일본의 국민 MC로 활동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5~6개 간판 예능프로그램의 MC를 동시에 맡았으니, “나카이=시청률”과 같은 존재였다. 연예계에 군림하는 하나의 권력으로도 통했다.
나카이 마사히로가 지난 23일 은퇴 선언했다. 이날 팬클럽 사이트에 “오늘로 연예 활동을 은퇴한다. 폐를 끼쳐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은퇴의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실 여론에 밀린 은퇴다. 나카이의 팬들도 아쉬워하기보단, 그래도 제대로 판단했다는 반응이다. ‘성상납’ 의혹의 한 복판에 있었기 때문이다. 연예계 권력인 나카이에게 방송국 후지TV가 사실상 성상납을 했다는 것이다. 나카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죠세이세븐’ ‘슈칸분슌’ 등 일본 주간지가 최근 폭로한 그의 성상납 의혹은 이렇다. 나카이가 후지TV 방송국과 관련된 여성 A씨와 스캔들이 있었고, 피해자에게 합의금 9000만엔(약 8억3000만원)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나카이에게 동의없는 성행위를 당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폭행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자리를 주선한 게 후지TV의 실세 간부(편성부장)라는 의혹이다. 해당 여성은 당초 3명이 만나는 자리인 줄 알고 갔는데, 가보니 둘만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여성은 후지TV 측에도 성폭행 사실을 얘기했다고 한다. 후지TV는 의혹이 나온 뒤, 자사 직원의 관여를 즉각 부인했다. 사실이라면 ‘성상납’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카이는 이달초 ‘트러블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후지TV 관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해결된 문제” “연예 활동에는 지장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있었지만, 본인은 계속 연예인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고,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전환점은 일본 TV방송국들이 나카이를 하차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일본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나카이는 하차됐다. 그래도 사죄 없이 머뭇거렸다. 여론의 비난은 ‘후지TV’로 향했다. 후지TV도 이달 17일 기자회견했지만 정식 사죄에는 머뭇거렸다. 예컨대 ‘제3자에 의한 철저한 조사’에 대해서 ‘무조건 하겠다’와 같은 멘트가 없었다. 검토한다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같으면 형사처벌될 성폭행 의혹인데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 것이다. 정작 칼을 뺀 건, 광고주였다. 소프트뱅크, 도요타, NTT 등 주요 기업들이 후지TV에서 CM을 중단한 것이다. 3~4일새 갑자기 80개의 기업들이 광고를 내렸다. 사실 광고주 입장에선 손해를 각오한 판단이다. 이미 구매한 광고 시간대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자칫 불매운동이 올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 3~4월이면 후지TV는 다시 광고주에게 광고 시간을 팔아야한다. 후지TV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고, 우군을 잃은 나카이는 결국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나카이는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까. 일단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본 언론사는 거의 없다. 현재 누구도 그를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당사자도 합의금을 받은 상황이며, 합의계약서를 썼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곤궁에 빠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일본 최고의 인기 MC였던 나카이는 “자산이 100억엔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한화로 1000억원대 자산가라는 얘기다. 프로그램 출연료는 정규 프로그램 기준으로, 한회당 200만~300만엔이었으니, 대략 연간 출연료 수입(주 3회로 계산 시)만으로 3억7500억엔으로 추정된다. 특별 방송이나 게스트 출연 등도 포함하면, 연간 출연료는 5억엔 이상이다. CM은 한건당 대략 5000만~1억엔으로 알려졌다. 연간 적어도 수편이니, 3억엔은 넘는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스마프 시절의 수입(저작권 수입료를 포함해 각종 관련 상품 판매 등 과거 소속사와 계약 맺은 수입이 여전히 존재)도 연간 5억엔 이상이라는게 일본 연예계의 추정이다. 적게 잡아도 매년 10억엔 이상의 수입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CM 위약금’이다. 계약에 따라, 위약금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한 온라인매체는 “과거 CM 위약금으로 10억엔 이상을 문 사례도 있었다”며 “돌연 은퇴에 따라, 꽤 많은 위약금이 나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현재 재산 규모로 봤을 때 충분히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