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홍콩으로 출발을 앞두고 있던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가 이륙 전 기내 선반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체 윗부분을 거의 다 태웠다./뉴스1

30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합동감식이 항공유 문제로 미뤄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국토부 사고조사위)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합동감식을 위한 사전회의를 한 뒤 화재현장을 찾아 감식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 측은 “감식에 필요한 안전보호 조치와 사고 항공기의 상태 등에 대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논의한 결과, 합동감식 일정을 항공유 제거 여부를 결정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이 난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엔 홍콩까지 비행하는 데 쓸 항공유 16t(톤) 가량이 그대로 실려 있는 상태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사고 감식 과정에서 다시 불이 날 경우 실려 있는 항공유가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항공유 제거 작업(디퓨얼링·defueling)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공유 제거 여부 판단은 BX391편 기종인 A321을 설계하고 제작한 에어버스사 관계자들이 할 예정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어버스사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에어버스사는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들의 항공기업이 설립한 회사다. 사고조사위 측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상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회사가 사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공유를 빼지 않아도 된다면 합동감식은 31일쯤 바로 가능하고, 만일 연료를 모두 빼내야 할 경우 최소 2~3일 가량 미뤄질 것으로 사고조사위 등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 배출을 조작하는 스위치가 있는 항공기 조종실 윗부분이 이번 화재로 타버려 항공유 제거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장 합동감식이 지연되면서 감식 후 결정할 예정이었던 경찰의 수사 개시 여부도 미뤄지게 됐다. 경찰은 합동감식을 통해 항공사 등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고조사위 등은 합동감식이 진행될 경우 항공기 화재가 시작된 지점과 발생한 원인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8일 오후 10시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홍콩으로 가기 위해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에서 불이나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했다. 소방당국은 158명의 인력과 특수차, 화학차, 굴절차 등 장비를 투입해 1시간여 간의 필사적인 진화작업을 벌여 이날 오후 11시31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