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31일 법원장 인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을 지방법원장에 보임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에 임명된 건 4년 만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법원장 인사를 앞두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폐지했다. 법원마다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뽑는 종전 방식 대신, 판사와 법원 공무원 등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전체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8명의 법관이 법원장 후보자로 추천됐고 그중 108명이 심사에 동의,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18명이 법원장에 최종 임명됐다.
법원장 18명 가운데 5명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원형(20기)·정준영(20기)·김재호(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서울가정법원장·서울회생법원장·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강동명(21기) 대구고법 부장판사는 대구지방법원장으로, 김문관(23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법원관계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다시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인사 적체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는 오민석(26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임명됐다. 오 신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로 근무하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장에는 윤경아(26기) 춘천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서울북부지방법원장에는 윤상도(24기)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의정부지방법원장에는 황병헌(25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장에는 조미연(27기) 춘천지법 부장판사, 대구가정법원장에는 임해지(28기) 서울중앙지법 민사제2수석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에는 박양준(27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장에는 유진현(25기)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창원지방법원장에는 이영훈(26기) 창원지법 부장판사, 광주지방법원장에는 장용기(24기) 광주지법 부장판사, 광주가정법원장에는 김승정(27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에는 이흥권(24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서울서부지법에는 31일 자로 김태업(25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우선 보임됐다. 신임 지방법원장에는 여성 4명이 포함됐다.
고등법원장에도 9명이 임명됐다. 서울고법원장에는 김대웅(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그는 2023년 서울고법 행정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1심 판결을 깨고 근로자라고 판결한 바 있다.
사법연수원장에는 김시철(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김 신임 사법연수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법정책연구원장에는 이승련(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부임했다. 대전고등법원장은 이원범(20기), 광주고등법원장은 설범식(20기), 수원고등법원장은 배준현(19기), 특허법원장은 한규현(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맡는다. 대구고등법원장은 진성철(19기) 특허법원장이, 부산고등법원장은 박종훈(19기) 대전고등법원장이 맡는다.
한편,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이형근(25기) 사법지원실장이 임명됐다. 신임 사법지원실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공보관을 지낸 조병구(28기)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가 맡는다. 대법원 사건의 법리 검토를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고홍석(28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선임재판연구관에는 정상규(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