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당시 불의 확산 속도가 빨라 승무원들이 기내 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부산 측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비상 대피를 우선 한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에어부산 등에 따르면 당시 김해공항 주기장에 대기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BX391편) 화재 당시 기내 후미 수화물 선반에서 연기가 발생한 뒤 불꽃이 보였다.
화재 당시 승무원은 긴급하게 기내용 소화기를 들고 선반 쪽으로 향했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당시 승무원은 선반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는 등 화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고 판단해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승객 대피가 우선이라 판단했다”며 “선반을 열었을 경우 폭발할 위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륙 전 기내 수화물 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이 확산했을 경우 진화 시도보다 비상 대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튬이온배터리라도 승객이 직접 휴대하다 화재를 초기 발견한 경우에는 진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12일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당시에는 승무원이 소화기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했다.
대부분 항공사는 기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발생 때 소화기로 먼저 진압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용기에 배터리를 넣고 물이나 비알코올성 액체에 채워 화장실에 격리 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초기 발견의 경우에 유효한 방법이다.
이번 화재가 기내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승객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휴대용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배터리가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가 해외 여행객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화재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대책이나 매뉴얼은 지지부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 5월까지 5건이다.
이에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배터리나 전자기기를 직접 휴대하는 것을 강제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기내 휴대가 허용되는 보조배터리에 대해서도 ‘직접 휴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대부분 항공사가 기내 안내방송으로 라이터나 보조배터리를 직접 휴대하라는 내용을 송출하는 수준이다. 결국 탑승객들이 배터리를 직접 휴대해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청에서 제작한 SOP(표준작전절차)에 항공기 화재 대응절차도 있는데, 기내에서 화재 초기 대응 절차는 없다”며 “기내에서는 항공사 자체 매뉴얼과 승무원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