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31일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폐지한 이후 처음 실시한 법원장 인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을 지방법원장에 임명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에 임명된 건 4년 만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마다 소속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도록 해 ‘인기투표’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원장이 되면 자신을 뽑아준 판사들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도 못해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판사와 법원 공무원 등 모든 사법부 구성원이 전체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하도록 했다. 새로 임명된 지방법원장 18명 가운데 5명이 고등법원 부장판사다. 이원형(사법연수원 20기)·정준영(20기)·김재호(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서울가정법원장·서울회생법원장·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강동명(21기) 대구고법 부장판사는 대구지방법원장으로, 김문관(23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인사 시스템을 분리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진로가 막히면서 인사 적체가 심해졌었는데, 이번 인사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했다.
고등법원장에는 9명이 임명됐다. 서울고법원장에는 김대웅(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그는 2023년 서울고법 행정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1심을 뒤집고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는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김시철(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장이 됐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오민석(26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맡는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판사로 근무하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한편,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는 이형근(25기) 사법지원실장이, 신임 사법지원실장엔 조병구(28기)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임명됐다. 대법원 사건 법리 검토를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고홍석(28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