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산불 발생 3일째인 23일 산림당국 등은 헬기 30여대와 인력 2400여명을 투입했지만, 주불 진화에 실패했다. 일출과 함께 투입하려던 헬기가 연무로 투입이 늦어졌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씨가 건조한 날씨 속에 계속해 되살아나면서다. 27일은 돼야 비 소식이 있어 산불 장기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오후 7시 경남도의 산청 산불 진화 현장 브리핑에 따르면 진화율은 70%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진화율 30%와 비교하면 진화율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산림당국은 “이날 주불 진화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불길은 인접한 하동과 진주까지 뻗어나갔다. 이날 산청에는 헬기 32대를 비롯해 소방차 176대 등 장비 244대가 투입됐다. 또 진화대와 공무원·소방·경찰·군인 등 2452명의 인력도 진화에 나섰다.
애초 이날 일출과 함께 헬기를 투입하려 했지만, 짙은 연무로 헬기가 오전 10시쯤부터 차례로 투입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산불 진화에서 헬기는 절대적인데,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헬기 투입이 2~3시간 늦어진 게 아쉽다”고 했다. 오전에 잠잠하던 바람이 오후 들어 최대 초속 10m까지 불었고, 넓은 피해 면적에 가파른 지형으로 인력 투입도 쉽지 않았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꺼졌던 지점에서 불씨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지난 21일 오후 시작한 산불이 3일째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도 커졌다. 주택 16채, 공장 2곳, 창고 9곳 등 시설 46곳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주민 387가구 589명은 총 13곳에 나눠 대피한 상태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1379ha, 남은 불길은 13.5km다.
다행히 이날 추가 인명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전날 산불 진화 현장에서 숨진 창녕군 소속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4명을 비롯해 부상자 6명 등 산청 산불 관련 사상자는 10명이다.
해가 지면서 헬기가 철수함에 따라 산림당국은 밤새 민가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야간에는 1497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일출과 함께 헬기를 투입해 불길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산청 산불 장기화에 따라 24일 산청·덕산초, 덕산중·고등학교 등 총 4개 학교에 대해 하루 휴업을 결정했다. 또 지리산고는 등교시간을 낮 12시30분으로 미뤘다. 교육청 관계자는 “산불 상황에 따라 휴업 학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발생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림당국은 “산불 작전을 짜면 100여개 팀(진화대)을 구역별로 할당한다”면서 “시·군진화대의 경우 보통 위험도가 높지 않고, 접근성을 고려해 임도(길)가 있는 곳에 보낸다”고 했다. 이어 “진화작업을 펼쳤던 지점이 해발고도 300m쯤 되는 곳인데 경사가 있는데다 오후부터 강해진 바람이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며 화염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