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시 비가 내려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바람이 관건입니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4일째로 접어든 24일 오전 아침이 밝아오자 산불진화에 투입된 군용 헬기가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경남 산청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24일 오전 산림 당국은 해가 뜨자마자 헬기 36대를 투입, 하동군 옥종면으로 번지는 불길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산불현장종합지휘본부가 마련된 산청군 시천면 양수발전소 주차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기상청은 0.1mm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오전 8시쯤에는 꽤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도 했다.

하늘을 쳐다보던 경찰·소방관들은 “제발 비가 더 내려라”하며 비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비는 10여분 정도 내린 뒤 그쳤다. 산림청 관계자는 “비록 적은 비지만, 그래도 습도를 높여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기상이 전날 아침과는 달리 연무가 없는 깨끗해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이뤄진 점도 산불 진화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날보다 4대 많은 진화헬기를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바람이다. 기상청은 때때로 초속 10~15m의 돌풍을 예보했다. 불길이 확산하는 쪽으로 자연휴양림과 송전탑이 위치한 것도 큰 부담이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진화율은 65%다. 오전 6시 70%에서 더 낮아졌다. 소방차 등 장비 249대와 인력 236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마을에서 산불로 불에 탄 주택을 소방관이 바라보고 있다. /산청=김영근 기자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오전 산청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상당 부분 진화가 됐지만, 불길이 하동군 옥종면으로 번져 헬기를 옥종면으로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산불로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8명이 화상·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 전날 대비 부상자가 2명 늘었지만 다행히 경상으로 전해졌다.

주택 16채, 공장 2곳, 창고 9곳, 사찰 2곳 등 시설 46곳이 불에 탔다.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접한 하동으로 확대되면서 주민 대피 규모도 늘었다. 현재 산청군 254세대 344명, 하동군 78세대 119명 등 총 387세대 589명이 단성중, 옥종초 등 17곳으로 대피했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1487ha다. 전체 화선은 50km로, 남은 불 길이는 17.5k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