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째 이어지는 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200m 앞까지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형이 가파른 데다, 고도가 높아 인력·장비 투입이 원활하지 않아 산림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26일 새벽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소방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지리산국립공원과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밤에 불길이 지리산 국립공원 황금능선 쪽 200m까지 근접했다. 하지만 현재 여건상 헬기 투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지형이 매우 경사져 있고 고도가 높아 사람이 접근하기도 어렵고, 작은 헬기도 투입이 어려운 곳이다”며 “경북 쪽 산불 상황 때문에 헬기 배치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현재 국립공원공단 직원과 산림청 진화대원들이 국립공원으로 접근하는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지난 1967년 지정된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다. 경남 산청·하동·함양,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 도와 5개 시·군에 걸쳐 4억8300만㎡ 면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이다. 둘레만 320여km에 달한다. 이곳으로 불길이 미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뻗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청·하동 산불은 밤낮없는 사투에도 불길이 좀처럼 잡히질 않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25일 지리산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다가오는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하동 옥종면 쪽으로 다시 불길이 확산하면서 전체 진화율은 80%로 전날 오후 6시 87%와 비교해 7% 포인트 떨어졌다. 산불 영향구역은 1685ha로 밤새 70ha 늘었다. 남은 불길은 12.5km다.

산림당국은 바람과 함께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불을 잡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북 산불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헬기와 장비, 인력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 어려워지자, 민가나 시설로 내려오는 불길을 잡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날 밤 해가지면서 헬기가 철수하자, 산림청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 104명이 민가 주변으로 집중적으로 투입돼 진화 작업과 함께 방화선을 구축해 불길을 막았다. 한 진화대원은 “가파른 지형에 호스를 들고 가서 불을 끄는 상황이다”며 “5일 넘도록 진화 작업을 하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고 했다.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 발생 6일째인 26일 오전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으로 확산되자 산불진화헬기가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산불 장기화에 부상자도 늘고 있다. 전날 밤 진화 활동을 하던 소방관이 산비탈에서 넘어져 다쳤다. 다행히 경상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산청·하동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4명 등 13명으로 늘었다.

밤사이 불길이 마을로 향하자 산청·하동·진주 지역 주민 1732명이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엿새째 이어진 불에 주택·공장·사찰 등 64곳이 불에 탔다. 25일 오전 7시 단성중학교에서 만난 시천면 이재민 김모(78)씨는 “입에 밥도 안 들어가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며 “다들 안 다치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아침 연무가 가시자, 헬기를 차례로 투입하고 있다. 오전 현재 바람은 초속 1~2m 정도로 전날과 비교해 잔잔한 편이다. 산청에는 전날 오후 4시쯤 강풍주의보가 발효돼 진화에 애를 먹었다. 현재 강풍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오후에는 바람도 다소 강할 것으로 예상해 진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9시 산불 브리핑에서 헬기 30대를 투입해 하동 옥종면 부근의 큰불을 잡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을 벍혔지만, 실제로는 경북 산불 상황에 따라 헬기 투입은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전남과 전북에 총 6대의 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며 “불길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최대한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