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밤사이 지리산 방향으로 더욱 확산하면서 축구장 면적 56개 크기(40ha)의 산림이 불에 탔다. 지리산으로 깊게 파고 든 불씨를 잡기 위해 산림당국은 주한미군 헬기 등 총 29대를 지리산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날씨에 발목을 잡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말 안 도와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민가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민가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27일 산청 산불현장지휘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선 불씨는 계속 북상 중이다. 산림당국과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가 추정하는 공원 내 피해 면적은 30~40ha.

불길은 현재 천왕봉(1915m)과 7km 지점까지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나무가 빽빽해 그 밑에 상황은 알 수가 없지만, 밤 사이 불길이 더 파고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오전부터 헬기 29대와 인력 2002명, 장비 226대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헬기 29대는 지리산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지리산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경남도 관계자는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지켜달라, 사수해달라’고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읍소했다”고 했다.

육군의 CH-47(시누크) 헬기. /뉴스1

기대를 모은건 주한미군의 헬기 지원이었다. 주한미군은 지난 2022년 동해안 산불 때도 헬기를 지원해 진화 작업을 도운 바 있다. 이번 산불 현장에 미군 지원은 처음.

주한미군의 지원 헬기 중 하나인 치누크(CH047) 헬기의 1회 담수용량은 8000L다. 현재 산청에 투입된 지자체 임차 헬기 담수용량은 910L~4000L, 소방헬기는 500L~1500L 정도다. 산림당국은 “한 번에 뿌리는 물의 양이 다르다”며 “적은 양을 여러 차례 뿌리는 것보다 많은 양을 한번에 뿌리는게 효과가 크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 군 헬기 4대도 산불 진화를 돕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미군 헬기는 지리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전에는 헬기가 대기 중인 사천공항 주변에 연무가 짙었고, 오후에는 산청 산불 현장이 잔뜩 흐렸기 때문. 우리 군 헬기가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산청으로 왔다가, 다시 회항하기도 했다. 오후 3시쯤 ‘돌풍과 회오리가 분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고, 오후 6시 비 소식도 있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오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산림청과 지자체 헬기도 철수시켰다”면서 “미군 헬기 등은 내일 기상 상황과 전국 산불 상황을 보고 재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