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좀 내려주이소. 우리 마을은 물론 산청에도 사이좋게 나눠 내려 주이소.”

28일 오전 11시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 천왕할매공원에서 주민들이 ‘한신계곡 기우제’를 열었다. 산청 산불 등 재난 극복을 위해 매년 4월10일~20일 사이 열던 기우제를 앞당겼다. /함양군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째 꺼지질 않자 이웃한 함양군 주민들이 ‘재난 극복’을 위한 기우제를 지냈다.

28일 함양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 천왕할매공원에서 ‘한신계곡 기우제’를 열었다.

28일 오전 11시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 천왕할매공원에서 주민들이 ‘한신계곡 기우제’를 열었다. 산청 산불 등 재난 극복을 위해 매년 4월10일~20일 사이 열던 기우제를 앞당겼다. /함양군

한신계곡은 2010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2호로 지정된 자연유산이다. 이곳에서는 예전부터 큰일이 있을 때마다 천왕할매신상에서 소원을 비는 전통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매년 4월10일~20일 사이에 기우제를 열었다. 보통 한해 주민의 평안을 기원하고, 가뭄을 끝낼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웃한 산청 지역의 산불 소식에 날짜를 앞당겼다.

도촌백무동마을 박혜숙(68) 이장은 “술을 올리고, 삼배를 하면서 ‘비 좀 내려달라. 우리 마을에도, 이웃한 산청에도 내려달라’고 빌었다”며 “이번 기우제로 모두의 마음을 모아 자연의 조화와 마을의 평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11시30분 경남 산청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육군과 공군의 치누크 헬기가 인근 산청양수 상부댐에서 물을 담고 있다. /김준호 기자

한편, 지난 21일 오후 발생한 산청 산불은 8일째 여전히 꺼지질 않고 있다. 건조한 날씨와 바람을 타고 지난 26일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섰다. 주봉인 천왕봉(1915m)에 4.5km까지 접근했다. 지난 27일 비소식이 예보됐지만, 전날 밤과 이날 새벽까지 0.4mm 내리는 데 그쳤다. 산림당국은 지리산에 번지는 불길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 헬기 등 헬기 43대를 동원해 산불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