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작년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단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한 매체 스카이데일리 허모 기자를 10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스카이데일리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매체는 지난 1월 16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었다. 미 군·정부 당국이 잇따라 “모두 거짓”이라고 했지만, 인터넷·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 매체는 “보도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다. 취재원이 ‘미군 소식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미국 영화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주한 중국 대사관에 진입하려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안모씨였다. 안씨는 자신을 미 CIA ‘블랙 요원’ 마이클 피터스 대위라고 주장했지만, 그는 한국군 병장 출신으로 미국에는 가 본 적도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도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 각종 ‘괴담’들로 큰 비용을 치렀다.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괴담을 퍼뜨린 이들 상당수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허위 사실을 진화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퍼뜨렸다.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에도 수사기관이 손을 놓거나,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괴담을 만들거나 이를 퍼뜨린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괴담으로 인한 피해를 결국 국민이 감당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천안함 미군 개입설’이다.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나자 인터넷 사이트 서프라이즈 전 대표 신상철씨는 “천안함은 미군 또는 제3의 함정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대법원은 2022년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신씨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인정하면서도 “(그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괴담’과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 고비 때마다 등장해 국민을 혼란하게 했다.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좌파 진영은 ‘미군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했다. 종북 성향 매체 ‘자주민보’ 객원기자 정모 씨는 “미국이 박근혜와 짜고 고의적으로 우리 아이들과 국민 304명을 학살했다”고 했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2020년 9월 서해를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을 때는 ‘자진 월북설’이 제기됐었다. 그 괴담을 적극 퍼뜨린 이는 김어준씨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209만명의 김씨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020년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전 이사장의 기부금 유용 의혹을 폭로했을 때도 “냄새가 난다” “(회견문을) 할머니가 쓴 것이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며 ‘배후설’을 제기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었고, 이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방심위로부터 ‘주의’ 처분만을 받았을 뿐이다.
2008년 광우병 공포를 확산시켰던 MBC PD수첩 제작진은 최고 정직 3개월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 작가가 “출범 100일 된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생명 줄을 끊어놓는” 일을 해냈다고 고백할 정도였지만, 그조차도 법원은 2012년 무효화했다. 서울 도심 시위를 주도해 주요 거리를 마비시켰던 시민단체들 또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허위 사실을 진화해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괴담을 적극 퍼뜨리면서 음모론을 재생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반대 세력이 “사드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오염시킨다”는 괴담을 퍼뜨리자,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 집회에서 “전자파에 몸이 튀겨질 것 같다”고 노래 부르며 가발을 쓴 채 춤을 췄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정부 발표를) 100%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천안함 피격 사건 배후와 관련, “북한 소행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도 있다”고 해 북한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연 폭로 기자회견에 대한 김어준씨의 의혹 제기에 최민희 의원은 “이 할머니의 (윤미향에 대한) 거부감이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들 중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명백한 허위 뉴스를 퍼뜨리는 데 대해선 우리 사회가 더 엄격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