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짜고 보험 사기 목적으로 병원을 차려 수십억 원의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의사 등 일당에게 법원이 범죄단체 조직이 맞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병원에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인 의사 A씨에게 징역 5년을, 브로커 B씨에게 징역 3년, 상담실장 C씨와 직원 D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에게 2억7000만원, C씨에게 2억1000만원, D씨에게 2억3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A씨 등은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무면허 미용 시술 등을 하고, 실손보험 대상이 되는 치료를 한 것처럼 꾸민 진료기록을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인 A씨는 2020년 12월쯤부터 부산 해운대 등에 보험 사기를 목적으로 ‘K의원’을 차렸다. 그러면서 환자를 모집하는 브로커와 손해사정사, 약사 등도 채용했다.
A씨 등은 얼굴 지방 이식, 리프팅, 모발 이식 등 무면허 미용 시술, 성형 수술을 한 뒤 실손보험 대상이 되는 줄기세포 치료나 도수·무좀 레이저 시술을 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꾸며 환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브로커인 B씨가 피부미용이나 성형처럼 실손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시술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치하고, C씨는 환자 상담과 허위 청구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보험 사기에 가담한 환자는 700명 이상이었고, 보험사의 피해금은 22억원에 달했다. 환자 150여 명은 보험 설계사였다.
A씨는 환자들이 결제한 진료비의 10~20%를 소개비 명목으로 B씨 등에게 지급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성형 시술 진료 기록 등을 부산 강서구의 한 창고에 숨겨두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A씨 일당의 보험 사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검찰 역시 공소 사실에 A씨 일당을 ‘보험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병원을 처음 세울 때부터 실손 보험금을 부정하게 편취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도 이들이 조직적 계획성, 역할 분담, 지속적 보험 사기 등의 요건을 갖춘 범죄 단체라고 판단했다.
변 부장판사는 “보험 사기를 목적으로 한 범죄 집단을 이뤄 조직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는 게 맞고, 의사인 A 피고인이 구심점이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