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환노위에 참석하고있다./이덕훈 기자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4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소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이용해 상금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준사기)도 적용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욕보인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 등을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윤 의원과 마포 쉼터 소장 손모(사망)씨는 이미 2014년부터 길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알고 있었고 병원에 데려가 진단까지 받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 할머니는 2014년 7월 병원에서 받은 치매 선별 검사에서 ‘확정적 치매’로 판단되는 19점을 받았다. 이후 2016년 7월에는 ‘사회생활 판단력 손상’에 해당하는 중증도 치매 판단을 받았다. 2018년 7월 다시 받은 치매선별 검사에서는 17점을 받았고 이는'경제활동 의사 결정 불가'라는 의미다. 심신 장애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의원과 손씨는 2017년 11월 길 할머니 계좌로 전달된 여성인권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 이후 이들은 2020년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2920만원을 길 할머니가 정의연 등에 또다시 기부·증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돈을 인출한 이는 길 할머니나 그 가족이 아니었다. 손씨와 직원들이 ’2017년 5000만원'은 길 할머니 계좌에서 자기앞수표로 인출해 정의기억재단 계좌에 입금했고 나머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계좌로 옮겼다는 것이다. 치매 상태인 길 할머니에게는 양자인 황모 목사 등 후견인으로 세울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윤 의원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한편 윤 의원은 14일 밤 페이스북에 길 할머니 영상을 여러 건 올렸다가 15일 하나만 남기고 모두 삭제했다. 윤 의원은 “길 할머니의 2017~2020년 영상을 공유하는 건 평화 인권 운동가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부정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동영상에 등장하는 길 할머니 모습이 오히려 윤 의원의 ‘준사기’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보고 있다. 길 할머니를 보호 중인 며느리 조모씨는 본지 통화에서 “어머니가 잠깐잠깐 정신이 돌아오실 때면 ‘내가 이용당한 거지 뭐’라는 말씀을 하신다”며 “윤 의원이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다. 기부금 반환 소송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