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채용 비리와 사기 소송, 증거 인멸 등 6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3)씨가 18일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채용 비리 혐의만 인정했고, 나머지 혐의 5개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채용 대가로 뒷돈을 받은 조씨의 형량이 뒷돈을 조씨에게 전달한 브로커의 형량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황당한 판결” “노골적 코드 판결”이란 비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는 18일 웅동중학교를 둘러싼 6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웅동학원 사무국장이던 조씨는 2016~2017년 웅동중학교 사회 교사 지원자 2명에게 시험지를 빼주고 뒷돈 1억4700만원을 챙긴 혐의가 인정됐다. 그러나 그의 형량은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은 공범 2명의 형량(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보다 낮거나 같았다. 공범 2명은 지원자들에게서 돈을 받아 조씨에게 전달하고 일부 수수료를 챙긴 브로커들로, 종범에 가까웠다. 공범 2명이 받은 돈은 조씨 몰래 챙긴 돈까지 합쳐서 6300만원이었지만, 조씨는 혼자서 1억4700만원을 받았다. 주범의 형량이 종범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범들의 경우 채용 비리 관련 업무방해와 배임수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지만 조씨는 배임수재에선 무죄가 나왔기 때문”이라 밝혔다. 검찰은 조씨에게 공범과 마찬가지로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배임수재죄를 적용했다. 공범의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 유죄라고 봤지만, 조씨 재판부는 “조씨는 교사 채용 업무 담당자가 아니어서 배임수재죄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조씨는 웅동학원 이사장의 아들이었고, 모든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사무국장이었다”며 “배임수재죄를 과도하게 형식적, 제한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조씨 공범 2명은 웅동학원에서 어떤 직책도 없었는데도 배임수재죄가 적용됐다.
조씨가 허위 공사 대금 채권으로 소송을 내 웅동학원에 11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1996년 웅동학원의 16억원대 교사(校舍) 신축 공사를 조 전 장관 부친 건설 회사가 맡은 데서 비롯됐다. 아들 조씨는 이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했지만 부친 건설 회사에서 돈을 받지 못했고, 부친 건설회사가 재단에서 받을 공사 대금 채권을 양도받았다고 주장하며 2006년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웅동학원은 변론 자체를 포기해 이듬해 조씨가 이자 포함 51억원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조씨는 2017년 소멸시효로 채권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소송을 냈는데, 이자가 계속 불어나 총금액이 94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조씨가 웅동학원에 입힌 손해가 총 115억원이라고 봤다.
검찰은 조씨가 공사를 하지도 않고서 허위 소송으로 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웅동중학교 신축 공사 현장소장이 “조씨 회사에 웅동학원 공사를 발주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허위 공사라고 단정할 수 없고 채권이 진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웅동학원에 대한 이 채권을 모두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채권 명의인은 이혼한 그의 전처였다. 이 때문에 위장이혼까지 하면서 대금 채권을 확보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판결로 1999년~2009년 웅동학원 이사로 재직했던 조 전 장관도 ‘허위소송’ 책임에선 벗어났다.
이날 판결을 내린 김미리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서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이 사건 외에도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재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변호인 측 신문에 대해 검찰이 지적하려 하자 가로막고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