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용인 분원으로 출근하던 한동훈 검사장이 이번에는 법무부로부터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 본원으로 출근하라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무부는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을 받은 뒤 용인 분원에 나가고 있었는데, 본원인 진천으로 출근하라고 한 것이다. 한 검사장은 지난 1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물러난 뒤, 부산 고검,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을 거쳐 세번째로 출근지를 옮기게 됐다.
◇법무부 “근무지 원상복원한 것일 뿐”...韓 “이해하기 어려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들은 최근 몇년간 통상 용인 분원으로 출근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법무부가 이들에게 진천 본원으로 출근하라며 ‘특별 명령'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는 “한 검사장은 지난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진천 본원)으로 전보된 것임에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근무하고 있어, 근무지를 원상복원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검사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인사가 난 뒤 용인으로 출근한 것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과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협의 하에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해명을 읽은 한 현직 검사는 “한 검사장이 마치 자의적으로 용인으로 출근한 것처럼 적어 놨다"며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용인 분원으로 출근한 것에 무슨 큰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는 “이번 근무지에 관한 지시는 한 검사장뿐 아니라 그 외 연구위원 2명도 포함돼 있다”며 한 검사장을 겨냥한 통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중 검사는 한 검사장 단 한 명 뿐이고, 나머지 두 명은 검사가 아닌 일반직 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사장을 더 멀리 쫓아내기 위해 다른 일반 연구위원들을 ‘끼워넣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이기는 하지만, 통보받은 대로 가서 근무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치졸한 보복 그만둬야”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인사 통보에 대해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기를 든 데 대한 치졸한 보복"이란 말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지난 13일 본지를 통해 “추미애 장관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했던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이나 공보 준칙이 왜 이 사건(채널A 사건)에서는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추 장관이 이 사건의 본질인 권언(勸言)유착, 압수수색 독직폭행, KBS의 허위 보도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공직자로서 성실히 답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추 장관이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검사장을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추 장관은 이날 채널A 관련 수사가 어떻게 진행 중이냐는 질의를 받자 “검찰이 압수한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몰라서 포렌식을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또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고 협조 안 하면 어떻게 수사를 하겠나”라며 “진실이 힘이고 무기인데, 억울하면 수사에 협조하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여당은 현재 한 검사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반대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이 추 장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등으로 맞서니, 노골적으로 보복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라고 했다.
◇부산→용인→진천... 서울과 점점 멀어지는 한동훈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검사장은 지난 1월 ‘검찰 대학살 인사’ 때 부산고검으로 떠났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하자 노골적인 좌천 인사로 보복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으로 내려간 한 검사장은 지난 6월 이른바 ‘채널A 사건’ 때문에 다시 임지를 옮기게 됐다. 법무부가 한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한 것이다.
법무부는 당시 “수사 중인 한 검사장에 대해 일선의 수사 지휘 직무수행이 곤란한 점을 감안했다”고 전보 배경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올 2월 13일 한 검사장이 부산고검 집무실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만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회장에 대한 ‘협박 취재’를 공모했다고 보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