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 앞둔 김봉현 전 회장

여권 인사를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작년 6월 5일 후배인 지인에게 “형(나)은 제일 높은 사람들하고만 선을 댄다”며 “(청와대)민정수석,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4개월 전이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정무수석은 강기정 수석이었다.

김봉현 전 회장이 작년 6월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 김 전 회장의 이름은 개명 전 본명인 '김기만'으로 저장돼 있다. /본지 입수

본지가 입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지인이 “요즘 소문이 안 좋다”며 라임 사태가 터질 것을 걱정하자 김 전 회장은 “형이 여러 가지로 사업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일 보고 있응게 걱정하지 말고”라고 했다. 이어 지인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근무하던 김모씨를 거론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의 동향 친구로, 김 전 회장을 도와주며 금품을 받던 관계였다. 김 전 회장은 “갸(김 전 행정관)는 내 친구여. 갸도 도와주긴 해도 다른 일이고, 형은 필요한 거기서 제일 높은 사람들하고만 선을 대니까 그렇게 알고”라고 답했다.

지인이 “저는 그런 (제일 높은) 분들 이름도 잘 모른다”고 하자 김 전 회장은 “뉴스도 안 본당가. 수석들 라인 타고 있으니까. 민정수석. 정무수석. 안 그래도 머리 아픙게 잘 좀 해줘”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이 조국 전 수석까지 로비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물론 김 전 회장이 라임 펀드가 문제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로비 정황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조 전 수석은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수석은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해당 문자 대화를 나눈 지 한달 남짓 뒤인 작년 7월 27일 실제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작년 7월 27일 강기정 전 수석에게 전달하라고 광주 MBC사장 출신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5000만원을 주었다고 증언했다. 강 전 수석은 일요일이었던 다음 날인 작년 7월 28일 이 전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강 전 수석에게 돈을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의 그간 로비 행태를 고려하면 ‘청와대 로비 의혹’을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하는 김 전 회장 로비 대상 여권 인사만 해도 민주당 이상호 전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민주당 기동민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등 여러 명이다. 김 전 회장의 친구인 청와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 뇌물 5000만원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검사 계획서를 빼돌려 준 사실이 확인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봉현 전 회장이 작년 5월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본지 입수

그러나 법조계에선 “서울남부지검이 ‘김봉현 로비’ 중 빙산의 일각만 밝혀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작년 5월 26일 지인에게 “금감원이고 청와대 민정실에도 다 내 사람”이라며 “형이 일 처리할 때 경비 아끼는 사람이등가”라는 문자를 보낸 적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재판정에서 ‘강기정 5000만원 전달’ 증언을 한 데 대해 한 법조인은 “수사 결과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여권에 대한 구명 메시지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