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 펀드투자금 중 5000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 펀드의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측 제안 사흘 만에 판매자로 나서기로 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옵티머스는 작년 6월 NH투자증권이 판매자로 나선 이후 이 증권사를 통해서만 1년간 펀드 상품 4500억원어치를 팔았다. 옵티머스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작년 6월 옵티머스는 부실 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자금난에 처해 있었는데 NH투자증권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수사 초기인 지난 6월부터 “옵티머스 고문단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접촉했고 이후 정 사장이 옵티머스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다수의 옵티머스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고문단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옵티머스 관계자들끼리 서로 책임을 떠밀고 있어, 진술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NH증권 제안 3일 만에 판매자 수락"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NH투자증권이 판매자로 나선 배경을 수사했던 검찰은 옵티머스 김재현(구속기소) 대표와 윤석호(구속기소) 이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로비 대상’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2019년 4월쯤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가 정영채 사장을 잘 안다고 하면서 연결해주겠다고 했다”며 “실제 정 전 대표가 정영채 사장과 통화를 했고 얼마 뒤인 지난해 5월 NH투자증권 관계자에게서 ‘펀드 상품을 유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한 달 뒤인 작년 6월 11일 NH투자증권 담당자를 만나 펀드 판매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는 3일 만에 확정됐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검찰에 “(3일 만에 펀드 개설이 된 것이) 굉장히 빠른 것”이라며 “'정영제의 청탁'이 통해 정 사장이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H증권은 “김 대표를 직접 만나기 전부터 옵티머스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충분한 검토와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판매를 결정한 것”이라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NH증권은 “윗선의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을 한 직원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 초기에 NH증권 관계자들이 “정영채 사장 지시로 (옵티머스 펀드를) 빨리 만들라고 했다” “옵티머스 펀드는 위험 요소가 많고, 분명히 사고 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하는 등 NH증권 내부 상황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NH증권 측에 금품·향응 로비가 제공됐을 가능성도 포착됐지만 조사를 본격화하진 않았다. 옵티머스 관계자 유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영제 전 대표가 로비에 사용하기 위해 제 법인 카드를 가져갔고, 월평균 4000만원씩 썼다”고 했다.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이 커지자 이제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선 “정영채 사장보다 더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옵티머스 고문단이 움직였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동발전, 하나은행도 이례적 협조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이 5100억원짜리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김재현 대표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논의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동발전이 지난 3월 13일 김 대표와 사업을 논의하고 18일 만에 남동발전 사업선정위원회가 ‘사업 추진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제목의 옵티머스 문건에도 남동발전과 바이오매스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권은 이 문건 내용이 가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문건 내용대로 진행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수탁사인 하나은행도 옵티머스 편의를 봐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금액 중 1조2321억원이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거쳤고, 이후 옵티머스 일당들은 이 돈 상당수를 연관 회사들을 통해 빼돌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하나은행에서 수탁 업무를 담당한 B팀장을 최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한 옵티머스 관계자는 “김재현 대표가 B팀장에 대해 ‘내 업무를 오랫동안 도와준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