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 영상물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 앞에 반역자란 자막을 넣은 장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악질 친일파’ ‘A급 민족 반역자’ 등으로 규정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작년 11월 대법원이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내린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서태환)는 15일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 RTV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명령 취소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1심을 깨고 시민방송 RTV의 손을 들어줬다.

진보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2012년 말 제작한 ‘백년전쟁’은 ‘두 얼굴의 이승만’과 ‘프레이저 보고서 제1부’ 두 편으로 이뤄졌다. 이 방송은 이 전 대통령을 ‘A급 민족 반역자’ ‘하와이 깡패’ ‘돌대가리’로 평가했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뱀 같은 인간’이라며 그의 사진과 뱀 사진을 나란히 편집한 장면도 내보냈다.

시민방송 RTV는 이런 프로그램을 2013년 위성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55차례 방송했다. 방통위는 그해 8월 “방송 내용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며 제재 조치를 했고, 시민방송은 소송을 냈다.

1·2심은 “두 대통령을 희화했을 뿐 아니라 사실을 오인하도록 조장했다”며 제재가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이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백년전쟁'은 주류적·역사적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의 장(場)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방송 내용이 (객관적) 사료에 기초하고 있다”라고 제재가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파기환송심도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