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동부지검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불기소 결정과 관련한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본지가 18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검찰이 고 의원의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으로 관련된 피의자들의 진술이 서로 모순됐지만, 두 진술을 모두 인정해 ‘불기소 면죄부’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서를 본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고민정 무혐의' 결론을 위해 상호 모순되는 진술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면서 벌어진 ‘봐주기 수사’”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고 의원 혐의는 지난 4월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민자치위원 박모씨가 “고민정 같은 국회의원 10명만 있으면 살맛 나는 대한민국이 될 겁니다”라고 한 지지 발언과 그의 사진을 넣은 선거 홍보물을 만들어 8만여 가구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은 선거법상 특정 후보 지지 및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다. 이런 박씨에게 지지 발언을 하도록 하고 홍보물에 실었다면 고 의원과 박씨가 모두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박씨가 “그런 지지 발언을 한 적도, (고 의원 캠프 측에 지지 발언을 게재해도 된다고) 동의한 적도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 의원의 선거총괄본부장이었던 김모씨도 “박씨의 지지 발언에 대해 사전에 박씨에게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불기소 결정문 후반부에는 정반대의 증거가 제시돼 있다. 김 본부장이 선거사무장 A씨에게 “박씨로부터 고민정 응원 메시지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 녹음된 음성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고 적시돼 있는 것이다. 캠프 공보물 제작 실무자 B씨도 “김 본부장으로부터 ‘(주민자치위원) 박씨의 지지 발언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 발언을 선거 공보에 실었다”고 진술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선거총괄본부장 김씨의 진술과 그의 음성 녹음파일 내용이 완전히 모순됨에도 검찰은 이를 모두 인정했다. 결정문에는 고 의원까지도 “김 본부장이 박씨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박씨는 선거 공보물에 실린 자기 사진을 고 의원 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박씨가 김 본부장 요청으로 별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사진을 준 것”이라며 “능동적인 선거운동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수동적’이란 단어까지 넣어 박씨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었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박씨의 무혐의는 고 의원 무혐의로 직결되는 문제였다. 박씨가 무혐의라면 그에게 불법 선거운동을 시켰다는 고 의원도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사건 핵심 관계자인 주민자치위원 박씨와 선거캠프 실무자 간의 진술이 모순되고, 또 선거총괄본부장의 진술과 그가 말한 녹음 파일 내용이 모순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인정하면서 고 의원과 박씨에게 ‘불기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윤한홍 의원은 “검찰은 선거총괄본부장인 김씨 한 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냈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코드 수사”라고 했다.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고 의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수사 결과 추 장관이 아들 휴가 문제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아들이 근무한 부대의 상급부대 장교 전화번호까지 준 사실이 밝혀졌으나, 검찰은 휴가와 관련해 청탁 전화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대표적인 친(親)정권 검사로 통한다.

검찰, 고민정 선거법 위반 무혐의... “이유는 못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