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올 초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폐지한 배경에 대해 “증권 범죄의 ‘포청천’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부패의 온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합수단을 거쳐 간 모든 검사, 수사관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2015년 (합수단) 검찰 수사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구속돼 파면됐고, 2016년에도 당시 합수단장이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구속됐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소속 검사와 수사관의 비리 때문에 폐지됐을 뿐 야당 주장처럼 금융 비리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없앤 게 아니란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수백명이 거쳐 간 합수단에서 1~2명 비위가 적발됐다고 조직을 폐쇄해야 한다면 청와대, 금감원 먼저 폐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합수단은 출범 이후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사범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며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에서 청와대와 금감원 직원 등이 잇따라 연루된 것이 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데, (추 장관 말대로라면) 마찬가지로 폐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라임 사건’에 연루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감원 내부 문건을 빼돌려 제공하며 금품 3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된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지난 10년간 15명의 직원이 알선 수재·금품 수수·대출 청탁 및 수혜 등으로 사익을 편취해 징계를 받았다. 합수단의 마지막 단장이었던 김영기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본지 통화에서 “밤낮, 주말 없이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수고했던 검사와 수사관, 그리고 유관 파견 기관 직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