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 중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민걸 대구고법 부장판사가 법관 연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판사는 10년 단위로 연임 심사를 받는데 올해로 판사 생활 30년째인 두 사람은 연임 심사 대상이다. 그런데 연임 신청 기한인 지난 8일까지 연임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 17기 동기(同期)인 두 사람은 법원 내 대표적인 엘리트 판사로 통한다. 임 부장판사는 평판사 때부터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2018년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민걸 부장판사 역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당시 여야(與野) 의원 설득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 두 사람은 올 초 퇴임한 한승 전 전주지법원장과 함께 ’17기 트로이카'(3명)로 불렸던 유능한 판사들”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시작된 ‘사법 적폐’ 수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이 부장판사는 옛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1심 진행 중이다. 한 부장판사는 “3년 넘게 이어진 이른바 ‘사법 농단’ 수사, 재판을 겪으면서 두 사람이 많이 지친 것 같다”며 “둘은 재판 업무에서도 배제된 상황이어서 더 판사를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