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회식 도중 사망한 고(故) 이대연(54)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동료 판사가 그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남부지법에서 이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한 A판사는 12일 페이스북에 ‘친구 공개’로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항상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재판에 임하시던 모습, 너무나 많은 사건과 증인에 짜증나셨을 법도 한데 큰 소리 한 번 없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이제는 누구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고인이 아침마다 아들을 깨워 학교에 보낸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이 부장판사가) 아침마다 초등학생 아들을 깨우고 뭐라도 먹여 학교 보내 놓고 출근하시느라 정신이 없다며, 조만간 다시 지방에 가면 애들은 누가 깨워주나 걱정이 많으시던 자상한 아버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 생각에 슬픔이 더욱 크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새벽부터 직장에 나가는 부인을 대신해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그는 이 부장판사와 지난 주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남부에서 그 많던 (형사)항소 사건들에 치이셨으면서 중요사건도 많은 서부에서, 선배 기수인데 어찌 또 형사합의를 맡게 되셨느냐”고 하자 이 부장판사는 “그러게요, 허허, 그래도 재밌어요”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주 나눈 마지막 대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9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11시 20분쯤 숨졌다. 경찰은 사인(死因)을 심근경색으로 추정했다.
이 부장판사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을 맡았다. 이달 30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최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 관련 재판도 배당받았다.
부장검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판사로 전관한 그는 지난해 남부지법에서 형사 항소부를 맡은 데 이어 서부지법으로 전보된 올해도 형사 합의부를 맡았다. 한 서부지법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부에 정치인들의 사건이 몰려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묵묵히 일하는 분이었는데, 너무도 안타깝고 황망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