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중. 사진제공=키이스트

가수 겸 배우 김현중(34)씨가 폭행·유산 의혹을 둘러싸고 전 여자친구와 5년간 벌인 민·형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일 김씨의 전 여자친구 최모씨가 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씨는 김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5년 4월 “김씨의 폭행으로 유산을 했고, 임신중절을 강요당했다”는 이유로 16억원을 배상하라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김씨도 같은 해 7월 “최씨가 허위사실을 폭로하고, 합의사항을 어겼다”며 같은 액수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은 “최씨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유산하고, 김씨가 임신중절수술을 강요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반소 부분에 대해서는 “연예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씨가 김씨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최씨와 김씨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최씨)는 피고(김씨)의 폭행으로 유산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최씨와 김씨의 관계, 김씨의 폭행, 김씨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최씨가 김씨의 폭행으로 유산됐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뷰 당시 기사 내용에 허위임을 알았다고까지 인정하긴 어렵지만 필요한 확인이나 조치를 게을리 해 기사 내용이 허위임을 알지 못한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최씨의 김씨에 대한 형사 사건에 대해서도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최씨는 메신저 대화내용을 일부 삭제해 증거를 조작해 소송을 제기한 혐의(사기미수)와 조작된 증거를 기자들에게 제공하며 허위사실로 인터뷰해 방송에 보도되게 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기소됐다.

1심은 사기미수 혐의를 인정하면서 “소송사기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범행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김씨와 사이에 낳은 어린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차 임신과 김씨의 폭행으로 인한 유산 부분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고, 비방의 목적보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 모두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민사 판결에선 ‘폭행으로 유산한 사실이 없다’는 판단을 내놨지만, 형사 판결에선 ‘폭행으로 인한 유산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형사와 민사 판단이 사뭇 다르다고 보이지만, 이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 각기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와 요건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법리적으로는 위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모순·저촉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