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김봉현의 거짓말에 세상이 놀아나는 걸 지켜볼 수 없어 제보했다”
라임자산운용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인 김봉현(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 중이던 지난 3월 측근에게 “여당 정치인에 대해 폭로하라”고 지시한 녹취록을 13일 본지가 입수했다. 이 녹취록에는 김 회장이 도피 중, 최측근 A씨에게 여당 관계자에 관한 로비 사실만을 선택적으로 유포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들어 있다. 김 전 회장이 지금까지 두 차례의 옥중 편지를 통해 “검찰이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관련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 녹취록으로 인해 그의 말은 더욱 신빙성을 잃게 됐다.
이 녹취 제보자는 대리인인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 요원해 보이고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것이 정치로 뒤덮여 버렸다”, “누군가의 사사롭고 불순한 의도를 모두 걷어내고, 다시 사건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며 이 파일을 본지에 제공했다. 녹취 제보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방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선택적 폭로’로부터 비롯된 혼란을 바로잡는다는 게 제보자의 핵심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은 여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한 뒤, 초기엔 마치 굉장한 폭로를 하듯 여당 의원들에게 로비한 내용을 밝혔다”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입장을 바꿔 마치 양심선언하듯 여당 의원이 아닌 야당 인사와 검찰에 로비를 했다는 폭로를 이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이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만 골라 말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이고 신뢰가 있는 척하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며 “김 전 회장 말 한 마디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정치권·정부·언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휘둘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사기꾼의 말에 부화뇌동 하지말고, 근본적인 부분부터 진실을 파헤쳐 중심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폭로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이 녹취록으로 인해 꼭 밝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된 녹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올해 3월20일과 체포되기 3일 전인 4월20일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