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뉴시스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어치 술접대를 했다”는 폭로를 한 지 15일로 한달이 됐지만 검찰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미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특정 검사의 소속과 직책까지 공개했지만 김씨가 지목한 술접대 당사자들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여전히 김씨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지난달 16일 한 달전 작성해 가지고 있던 옥중편지를 라임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직전 변호인을 통해 공개했다. 작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검찰 출신 변호사를 통해 ‘라임 사건에 합류할 검사들’이라며 현직 검사 3명을 소개받았고, 이들에게 1000만원어치 술접대를 강남 룸살롱에서 했다는 것이다. 이후 실제 이들 중 한명이 올 2월 서울남부지검에 꾸려진 라임 사건 수사팀 팀장으로 왔다는 게 김씨가 폭로한 검사 술접대 의혹의 골자다.

추 장관은 김씨의 옥중편지가 공개되자마자 법무부 감찰관을 시켜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관은 옥중편지 공개 당일부터 사흘간 김씨를 조사했다. 추 장관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추 장관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고 수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술접대 상대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특정 검사의 현 소속과 직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술접대 검사라며 해당 검사의 얼굴 사진과 경력 사항을 올렸다. 해당 변호사는 김씨를 만나본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얼굴 공개가 논란이 되자 해당 변호사는 “믿거나 말거나”라며 한발 물러섰다.

추 장관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것과 달리, 검찰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 장관의 수사 의뢰로 현재 검사 술접대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에서 검사 5명이 달라붙어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술접대를 받았다는 현직 검사들은 물론 이들을 김씨에게 소개했다는 전관 변호사에 대해 소환 통보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지난 한달간 4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7월 3일, 12일, 18일 등으로 검사 술접대 날짜에 혼선을 보이다 최근에서야 ‘7월 12’일이라며 유력한 접대 날짜를 특정했다. 김씨는 언론에 ‘7월 12’일로 술자리 날짜를 특정했다며 접대 당사자들에게 반박을 해보라고도 주장했지만, 정작 현직 검사들이 해당 날짜에 룸살롱에 같이 있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김씨가 현직 검사들을 소개 받았다고 주장한 검찰 출신 변호사나 현직 검사들 모두 당일 행적에 대한 김씨 주장을 반박할 근거 자료 등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관 변호사는 앞서 언론에 자신의 신용카드 내역을 공개하며 자신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시고 상갓집에 다녀왔다는 김씨 편지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형이 예상되는 옥중 범죄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고 윤 총장의 개입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것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