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검찰국장이 특활비를 활용해 지난달 법무연수원 ‘신임검사 역량평가’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차장·부장검사 24명에게 각각 5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나눠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21일 “(면접위원들의) 일선청 복귀 후 수사 업무 지원 및 보안이 요구되는 신임검사 선발 업무 수행 지원을 위해 지침에 따라 예산을 집행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사용 범위가 한정돼 있다. 21일 법무부 반박은 이 기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 심지어 당시 돈 봉투를 받은 검찰 간부들도 “황당한 해명”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지원금을 면접위원으로 온 24명에게만 준 것부터 이상하고, 수사와 무관한 법무부 검찰국이 수사 지원금을 배포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검사들은 “법무부가 ‘신임검사 선발 업무 지원용이라고도 했는데 (면접위원) 출장비와 면접 수당을 지급했는데 별도의 돈 봉투를 준 것은 전례가 없다”며 “끼워 맞추기”라고 했다.

이번 돈 봉투 지급이 ‘이영렬 검사장 만찬 돈 봉투’와 다르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2017년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상대방이 데리고 나온 검사와 검찰국 간부들에게 최대 100만원의 격려금을 전달해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7일 만에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대검은 합동 감찰 후 이 전 지검장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안 전 국장은 당시 면직됐다가 지난 2월 면직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무부는 “‘돈 봉투 만찬'과 비교한 것은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경우 심재철 검찰국장이 법무연수원에서 오찬을 잡았다가 취소했는데 그것 빼고는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돈 봉투 앞뒤로 ‘심재철’ ‘수사활동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에 대해 “검찰 간부들에 ‘선심 쓰기용'으로 검찰국장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돈 봉투를 받고 수령 명단에 서명했던 검사들도 “이런 돈을 왜 주는 건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1일 “법무부는 장관의 사조직이 아니며 검찰국장은 장관의 심복이 될 수가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정당한 특활비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추 장관 논리라면,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부장)도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이 결코 아니다”라며 “그런데 왜 채널A 사건에서는 총장 측근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배제했느냐”고 반박했다.

법무부가 재차 “‘검찰총장의 특활비 의혹을 엄정하고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내적남불(내가 하면 적법, 남이 하면 불법)이냐”고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도 “윤 총장의 특활비가 부당하면 법무부 특활비도 부당한 거고, 검찰국장 특활비가 정당하면 윤 총장 특활비도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