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습적으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도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윤 총장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찰 없이, 비위가 있다고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명백히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라며 “장관의 일방적인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발표는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상식 이하의 일이고, 완전히 위법한 폭거다”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추 장관이 열거한 사유는 일방적인 주장이지 객관적으로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다”라며 “또 이 사유가 추 장관이 주장하는 대로 정말 심각해서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해야 할 사안이냐는 부분에도 의문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윤 총장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추 장관과 여권이 견제한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주장한 논거들이 충분치 못하다”라며 “징계는 법무부 내에서 행해지고,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인데 과연 여기서 얼마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질 것인지 의심이 된다”라고 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는 “정치인 장관이 권력 수사를 막아보려고 최후수단을 동원해 총장을 억누른 행위는 민주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치를 유린한 무모한 정치행위다”라며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오늘은 대한민국 법치에 조종을 울린 어둠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직무배제 명령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한참 벗어난 월권행위”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이 직무배제를 시키는 건 위헌적인 행동 아니냐”고 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의 대표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감찰 사유 중에는 지난 번 라임 사건 관련해 윤 총장이 검찰 로비에 대해 수사하지 못하도록 무마한 정황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추 장관은 라임 사건과 관련 총장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직권남용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라고 했다.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고, 정권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는 독재정권도 감행하지 못한 일이다”라며 “이런 결정을 감행한 것은 검찰총장의 방패막을 쳐내고 일선 검사들을 묶어둘 필사적인 필요가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검찰 출신 전 국회의원 박민식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명령은 한마디로 검찰장악을 위한 집권세력의 계엄령 선포행위다”라며 “그동안 인사권, 감찰권, 총장지휘권 3종 세트로 집요하게 물어뜯다가, 이것저것 누더기같은 사유로 억지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참담하다’, ‘납득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대검 관계자는 “감찰 관련해 법무부에서 지시미이행이라 할까봐 이미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추 장관이 ‘성동격서(聲東擊西)’ 격으로 기습적으로 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며 “서면 조사도 없이 서둘러 징계 청구를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 관련 사찰이라고 주장하는데, 단순히 재판부 관련해 언론 등을 통해 미리 알려진 사실을 모아 놓은 것 뿐이다”라며 “기피 신청 사유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하고, 피고인에 따라서 검사 측과 재판부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트집잡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체크하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를 받은 걸 문제삼으려면, 그 문건을 똑같이 전달받았던 당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현 검찰국장)도 감찰 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지청장도 “마치 시민 단체가 제출하는 고발장처럼, 확인된 바도 없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라며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졸속으로 진행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비판을 내놓았던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이날도 내부망에 “법무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이 글에서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하여 추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