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親)정권 검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김욱준 1차장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2일 검찰이 밝혔다. 그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차장 사의에 이 지검장은 이날 출근한 뒤 급히 오전 연가를 내고 외출하는 등 중앙지검이 ‘혼돈’ 상황에 빠진 모습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채널A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윤 총장 처가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을 ‘강요’에 가까울 정도로 압박해온 이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무부의 ‘2인자’로서 추 장관을 보좌했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 개최에 반대하며 사퇴한 데 이어 김 차장까지 등을 돌리자, 검찰 내부에선 “‘친문(親文) 검찰' ‘추미애 검찰’이 스스로 몰락하고 있다”며 “난파선에서 잇따라 뛰어내리는 모습”이라는 말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차장은 전날 이 지검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지난 1월 이 지검장 부임 직후 4차장으로 있다가 지난 8월 선임(先任)인 1차장으로 옮겼다. 그는 이 지검장 주문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한 ‘채널A 사건’과 축소 수사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 펀드 비리 초기 수사, 최근 윤 총장 처가 의혹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해온 인물이다.
◇이성윤 ‘불신임 기류’에 최측근까지 반기
김 차장 사의 표명을 두고 중앙지검 내부에선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수사 강행’과 함께 윤 총장 처가와 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과도한 수사 압박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검장에 대한 불신임 기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그의 최측근인 김 차장마저 반기를 들고 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성윤 지검장이 현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앙지검 간부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제기되는 상황도 김 차장 사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인사는 “전국 검사들이 들고일어나는 상황에도 이 지검장의 ‘침묵’이 계속되자 중앙지검 부장들의 반발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김 차장 등 차장검사들이 ‘이 지검장 유감 표명’ 등의 발표 여부를 놓고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앙지검 일각에선 “(김 차장은) 이 지검장 지시에 따라 수사팀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한 당사자”라며 “이제 와서 ‘검찰의 중립성’을 주장하면서 사표를 쓰고 나가는 것은 이 같은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고립무원 이성윤도 사퇴하나
김 차장 사의로 이성윤 지검장은 더욱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지검장은 부장들과도 직접 만나지 않고, 김 차장을 통해 지시를 내려왔었다”며 “김 차장 사퇴로 이 지검장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말 중앙지검 평검사부터 부부장, 부장검사 등 간부급들은 윤 총장 직무 배제가 부당하다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 지검장을 적시해 비판하는 내용까지 담으려고 시도했다. 상당수 검사는 “이 지검장이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열렸던 중앙지검 부장검사 회의에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기소했던 박순배 부장(형사 6부)도 참석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시작된 윤 총장 처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간부까지 등을 돌린 것이다. 중앙지검 내부에선 “이 지검장이 무리한 지시를 해도 그대로 따를 검사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검장은 평검사들과 간부들 반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한 언론은 “이 지검장을 보좌하는 검사장실이 서울중앙지검 운영지원관에 연금과 명예퇴직에 대해 문의하는 등 이 지검장이 퇴직 절차를 알아본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지검은 “검사장(실)이 관련 부서에 명예퇴직이나 연금 등을 확인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