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는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가 외부위원으로 참석했다.
정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관련해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밝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6가지 중 하나다. 추 장관이 위촉한 외부위원이 이미 징계 사유에 관해 예단(豫斷)을 가지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어 정 교수에 대한 기피 신청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는 징계위에 참가할 수 없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당연직 위원으로 징계위원에 참석하지만 위원장 대행을 맡지 않기로 한 이용구 차관을 대신해 위원장을 맡았다. 정 교수는 최근 징계위원 자격에 부담을 느껴 사퇴한 A교수를 대신해 새로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한다.
민변 출신 변호사로서 진보 성향 형법학자로 평가받는 정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김학의 차관 별장 사건’ 등을 재조사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지난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정치하겠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부정하지 않은 것은 검찰에 대한 정치의 영향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뛰어든다면 검사의 마지막 공직으로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하게 하는 검찰청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본다”고 했다. 추 장관이 주장한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비슷한 취지로 판단했다.
또 정 교수는 지난 8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이 연 ‘검찰 직접 수사 폐해와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윤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정 교수는 “검찰개혁의 가장 저항세력이 특수부와 특수부 출신의 검사”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저렇게 저항하는 걸, 전관예우라는 틀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 이연주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 황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등에서 검찰을 조폭에 비유하며 윤 총장과 검찰을 강하게 비난한 인물이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서화 소속 이연주 변호사는 2002년 검사 임관 후 1년 정도 근무하다 검찰을 떠났고, 최근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펴내 검찰 조직을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전날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 책을 읽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 교수, 검찰의 ‘조국 수사’ 여러 차례 비판
정 교수는 특히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일가(一家)’ 수사에 대해서 여러 차례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조국 장관 부인사건에서 본 검찰 수사 및 기소의 문제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맡고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아내 정 교수에 대한 공소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투기 의혹 관련 검찰의 판단을 대부분 비판했다.
또 작년 10월 한 언론에 기고한 ‘원칙의 덫에 걸린 검찰, 정경심 교수를 구속할 수 있나?’라는 칼럼에서는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상대로 “별건(別件)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검찰은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의 공범으로 기소하였으나 공모자가 누군지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급하게 기소하여 피고인으로 만들어 원칙이라는 덫에 스스로 빠졌다”며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 “검찰은 정경심 영장 청구 못해. 하면 법원은 기각해야” 주장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을) 진짜 청구할 수 없는 이유는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만약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영장 담당 법관은 문명국가 형사절차의 기본인 탄핵주의 수호자로서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0월 24일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불법 투자, 증거인멸 등과 관련한 정 교수의 11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정 교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 수사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