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한 차례 연기 끝에 10일 열렸지만 시작부터 위원들이 친정부 ‘코드’ 인사로만 구성됐다는 ‘편파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참석한 검찰 내·외부 징계 위원 5명은 모두 친정권 성향이 뚜렷한 인물들이었다. 회의 개최에 앞서 한 징계위원이 사퇴해 친여 성향 인사로 대체됐으며, 친여 인사로 보기 어려웠던 법관 출신 최태형(변호사) 징계위원은 스스로 불참했다. 징계위는 이날 오후 7시 59분까지 진행됐지만 주로 징계위 절차와 구성의 적법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 15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을 제외하고 이용구 법무차관, 정한중(위원장 대행) 한국외대 교수, 안진 전남대 교수, 심재철 검찰국장 등 징계위원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다. 그러자 심재철 국장은 윤 총장 신청을 기각하는 표결에 참여한 뒤 마지막에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면서 징계위에서 빠졌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정 교수, 이용구 차관 두 명에 대해 ‘과거사위 활동, 여권 편향 이력’ 등을 이유로 기피 신청한 건의 경우, 심 국장이 표결 전 회피를 했다면 의결 정족수(3명)를 못 채우는 상황이었다”며 “징계 절차를 농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인들은 “심 국장의 회피는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추 장관이 ‘판사 문건’ 제보, 대검 압수수색 관여 등 누가 봐도 기피 사유가 뚜렷한 심 국장을 징계위원으로 투입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 국장이 빠진 이후 거수기 역할을 하는 편향 인사 4명이 모여 ‘인민재판’을 진행한 셈”이라고 했다.
◇”기피 위원이 기피 결정 못 해” 대법원 판례 무시
윤 총장 측이 기피 신청을 하자 징계위는 표결로 이를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은 “공통 기피 사유가 적용되는 위원들은 서로 기피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은 그 근거로 2013년 9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파면 처분을 다룬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고 한다. 당시 대법원은 “기피 대상자들의 기피 원인이 공통되는 성격이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기피 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며 “이를 위반한 징계 처분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 측은 ①각각 개별 기피사유 ②2명 위원 공통 사유 ③3명 위원 공통 사유를 기재해 기피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날 징계위 출석위원은 총 5명이었는데 이중 3명 위원이 공통 기피사유인 경우, 판례가 적용되면 기피 의결을 할 자격이 있는 인물은 기피 신청 대상이 아닌 두 사람만 남게 된다.
검사징계법은 재적 위원 과반(4명)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출석위원의 과반은 3명으로, 두 사람만 남는 경우 기피신청과 관련한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이 경우 결국 징계위원들을 다시 구성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징계위는 ‘3명 공통사유 기피신청'과 관련해서 “기피신청 이유 관련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표결 없이 기각했다고 한다.
‘정 교수, 이 차관'이 공통 기피 사유로 묶인 기피신청에 대해서는 심 국장, 신 부장, 안 교수 3명이 의결했다. 심 국장은 기각 결정 심의에 참여한 뒤 스스로 ‘회피 신청’을 했다고 한다. 만약 회피 먼저 했다면 이 기피 안건 관련은 신 부장, 안 교수 2명만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족수를 채울 수 없고 징계위가 새로 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법조인은 “심 국장의 ‘꼼수 회피’는 추후 윤 총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에 앞서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장이 아닌 추 장관이 징계위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며 징계위를 다시 열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당했다.
◇”징계위원 5명 모두가 친정권 인사”
징계위원 면면이 이날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중징계를 정해놓고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징계위 출석 위원 5명 중 4명이 호남 출신, 그중 2명이 전남 순천고 출신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징계위원장 대행을 맡은 정한중 교수는 징계위 참석에 부담을 느낀 서울 모 대학 교수의 대타로 투입됐다. 변호사인 정 교수는 민변 출신으로 윤 총장과 ‘조국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 범여권 인사들과 함께 ‘검찰 개혁 세미나’에 참석,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했다. 조국 수사에 대해선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급하게 기소해 검찰이 덫에 빠졌다”고 했으며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력도 있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국감에서) 윤 총장이 ‘정치하겠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부정하지 않은 것은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사유로 내세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 타당하다는 예단(豫斷)을 가진 것으로 볼 대목이었다.
안진 전남대 교수도 친여 인사로 분류된다. 안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주시당 공천심사 위원으로 참여했고, 현 정부 출범 후 들어선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이 정한 답에 맞춰 답안지를 작성할 인물들로 징계위를 채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