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필리버스터 중 읽은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저자인 이연주 변호사를 향해 “19년 전의 알량한 1년 (검사) 경험으로 검찰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양 행세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지난 16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 변호사를 향해 “장관이 네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금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사람한테 19년 전 검찰을 들이밀면 어쩌잔 말이냐”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뉴시스

◇이연주 변호사 “나라면 윤석열 면직, 검찰공화국 대통령”

지난 9일 추 장관이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 이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보란 듯 꺼내 읽는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이 변호사는 2001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해 1년 동안 근무한 뒤 2002년 검찰을 떠나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정유미 인권감독관과는 연수원 동기 사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통해 ‘검찰 개혁’을 강조하면서 과거 자신이 초임 생활 겪었던 검찰의 문제점을 비판했는데, 특히 책과 인터뷰를 통해 ‘특수통’ 검사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결정한 지난 16일에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저는 최소면직은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윤 총장이 여러 가지 절차적 하자를 거론했고, 검찰이라는 조직이 교수와 징계위원들에게도 무섭다”며 “(징계위원들이) 그 배경에서 좀 머뭇머뭇 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현재 검찰과 윤 총장을 가리켜) 거기는 검찰공화국이고 검찰공화국의 대통령님인데 태극기부대에게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그런 정도의 충격”이라고 했다. 윤 총장 직무정지 이후 검찰의 반대 성명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반발은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황운하(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검찰 직접 수사 폐해와 개선방향’ 세미나 모습. 이날 세미나에는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정한중(왼쪽에서 네 번째)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참여했다. 당시 정 교수는 “검찰개혁의 저항세력은 특수부와 특수부 출신 검사”라며 “윤 총장이 저항하는 건, 전관예우라는 틀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세미나에는 최근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펴낸 법무법인 서화 소속 이연주(오른쪽 두 번째) 변호사도 참여했다. 2002년 검사 임관 후 1년 정도 근무하다 검찰을 떠난 이 변호사는 책을 통해 검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책을 정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19년 전 이민 간 사람이 한국 험담하는 것”

정 감독관은 이날 연수원 동기 사이인 이 변호사의 이런 검찰 비판에 대해 “네가 밖에서 돈 버는 동안 안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검찰의 변화를 일궈왔던 동료와 후배들의 노고를 그렇게 한순간 쓰레기 취급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네가 고작 일년 검사생활하고 나간 이유가 뭐든 간에, 어찌 됐든 너는 그때 떠나는 것을 택했고, 남은 사람들은 19년간 싸우고 대들고 설득하고 토론하고 교육받고 또한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조직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19년 전' 검찰과 현재 검찰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네가 떠날 때와 지금의 검찰은 네가 20대 청년에서 40대 중년으로 변한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큰 상전벽해의 변화를 거쳐 전혀 다른 조직이 됐으니, 제발 알지 못하면 그 입 좀 다물라”고 했다.

이 변호사의 검찰 비판을 ‘이민’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감독관은 “19년 전에 한국이 싫어 이민 간 사람이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은 새치기도 잘하고 질서도 없고 화장실도 더럽고 엉망이니 유튜브에 한국이 질서도 잘 지키고 화장실도 깨끗하다는 영상은 전부 다 뻥이다’라고 험담하고 다니면 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이 변호사를 향해 “투쟁보다 도피를 택한 걸 뭐라하고 싶진 않으나, 19년 전의 그 알량한 1년 경험으로 검찰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양 행세하지 마라. 같잖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책 읽은 秋 “검찰 환부 고발성 글, 저자에게 감사”

정 감독관의 의견과 달린 추 장관은 최근 이 변호사의 책을 언급하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변호사의 책을 읽고 중간중간 숨이 턱턱 막혔다”며 “아직 검찰이 일그러진 자화상 보기를 회피하는 한 갈 길이 멀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웬만한 용기없이 쓰기 쉽지 않은 검찰의 환부에 대한 고발성 글이기에 저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