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임정엽 부장판사는 23일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정 교수)의 범행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을 일으키고 우리 사회의 믿음을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부터 재판 변론 종결일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 그 죄책에 대해서도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18일 시작된 정 교수 사건 재판을 올해 2월부터 이어받았다. 그는 재판 진행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정 교수가 지난 9월 법정에서 한 차례 쓰러졌고, 이후 재판에서도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재판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 교수를 퇴정시킨 이후에도 재판을 계속 진행했다. 현 집권 세력과 관련 있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처럼 1년 동안 공판 준비 기일만 열면서 재판을 질질 끌고 있는 재판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임 판사는 증인과 피고인의 엉뚱한 주장에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응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를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올린 장본인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가 조민씨를 두둔하자 “증인이 피고인(정 교수)의 변호인이냐”고 지적하는가 하면,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조카가 재판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며 정 교수를 옹호하자 “들은 이야기만 하고 물타기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정 교수가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비판하자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임 부장판사는 친문(親文) 네티즌들로부터 ‘적폐 판사’ ‘탄핵 대상’이라며 댓글 테러까지 당했지만, 법률 전문가들로부터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法諺)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출신인 그는 대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한 뒤 서울서부지법·광주지법 등을 거쳤고 법원행정처 정책심의관으로도 근무했다. 지난 9월부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사건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