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동양대교수./박상훈 기자

23일 선고된 정경심 교수 1심 판결 중에는 남편인 조국 전 장관과의 공모가 세 군데에 걸쳐 언급됐다. 이 중 하나는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와 연관된 부분으로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위조 혐의까지 인정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에서 재판 중인 조 전 장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 교수의 판결 결과, 너무나 큰 충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딸이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과 함께 허위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받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다”고 했다. 또한 “조 전 장관이 센터장인 한인섭의 허락 없이 이를 위조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에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및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기소돼 있다. 입시비리 혐의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변호사 사무실 명의 인턴확인서 위조 등과 함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위조해 의전원 입시에 낸 혐의(위조 공문서 행사)가 있다. 정경심 교수 재판부가 조 전 장관 위조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조 전 장관이 이 부분 무죄 주장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적어졌다. 위조 공문서 행사는 법정형이 공문서 위조와 동일하게 징역 10년 이하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된 조민씨의 부산 호텔 인턴증명서 허위 작성 부분에 대해서도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공모를 인정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공모가 인정된 나머지 부분은 ‘증거은닉’이다. 정 교수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작년 8월 증권사 직원 김경록씨에게 자택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게 하고 동양대에서 PC를 반출하게 하는 등 증거 은닉을 시킨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남편과 공모해 수사에 대비할 의도로 김경록씨에게 자택 PC 하드디스크와 동양대 교수연구실 PC를 건네 줘 이를 은닉하게 했다”고 했다. 다만 이 부분은 정 교수가 ‘시킨’ 것이라기보다는 함께 가담한 경우여서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간주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혐의 중에도 김경록씨에게 증거 은닉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 정 교수 사건의 결론이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여지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와 함께 PC를 반출하고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정 교수와 달리 조 전 장관은 직접 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시킨’ 경우여서 유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서 조 전 장관의 공모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고위공직자의 아내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등에 성실하게 응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차명거래 등을 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형사 21부에 ‘백지신탁 위반죄’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기소돼 있다. 고위공직자는 3000만원이 넘는 주식에 대해서는 처분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기고 코링크 PE를 통해 사실상 주식투자를 했고 재산신고에도 누락했다는 내용이다. 한 변호사는 “정 교수의 양형 이유가 조 전 장관 관련 혐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