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9일 오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진한 기자


현직 부장검사가 김학의 전 장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을 일각에서 ‘관행’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규원 검사가 가짜 내사번호를 쓰고 기관장 관인도 없이 출국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커지자 ‘검사들이 구속영장을 긴급하게 청구할 때 임시번호를 붙인 뒤 정식 번호를 부여하는 게 수사관행’이라는 식의 주장이 나오자 반박한 내용이다.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부장검사)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임시번호 뒤 정식번호는 수사관행’이라는 주장을 언급한 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런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했다.

그는 “영장 관련 ‘관행’ 운운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사건을 입력하면 사건번호는 정식으로 부여되고, 정식 사건번호가 없는 건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지도 않기 때문에 가짜 번호로 영장을 받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부장검사는 “언론에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인데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다”며 “일부 검사같지도 않은 것들이 불법을 저질러 놓고 다른 검사들까지 도매끔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기가 찬다”고 했다.

그는 과거 ‘고소장 분실 사건’을 들며 “고소장 표지 한장을 분실했는데 마침 반복된 고소건이라 같은 내용의 다른 고소장 표지를 복사해 붙인 게 들통나 사직했다”고 했다. 그는 “그 건은 검사가 자기 잘못을 은폐하려고 편법을 사용한 것이었을 뿐 누구의 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다른 검사들은 그 검사의 일처리 행태에 대해 어이없어 했다. 우린 그따위로 일하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임은정 검사는, 해당 검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이유로 당시 지휘부와 감찰 라인을 형사고발까지 했다”며 이 사건으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부장검사를 저격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정 부장검사는 ‘고소장 분실사건'과 ‘불법 출금'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근데 공문서를 조작해서 출국금지를 해놓고 관행이라 우긴다”며 “내 불법은 관행이고 니 불법은 범죄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나, 관행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