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단행한 법관 정기인사도 구설에 올랐다. 김명수 대법원장 지시로 ‘적폐 판사’ 조사에 참여했던 판사들이나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요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선 “전형적인 ‘코드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성지용 원장을 임명했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을 이끌게 된 성 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이 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 후신(後身)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법원장이 두 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성 원장은 2017년 김 대법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3차례 자체 조사 중 1·2차 조사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2차 조사단은 해당 판사의 동의나 영장 없이 법원행정처 PC를 강제 개봉해 그 내용을 공개했고, 여권은 이를 근거로 ‘재판거래’라는 새 의혹을 키웠다.
고연금 신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도 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고 부장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1차 진상조사단의 조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송경근 신임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검찰 수사를 주장했었다. 2020년 12월 송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재판 독립성 침해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우려를 표명하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3차례에 걸친 법원 자체조사 결과,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 사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적폐 판사’ 청산에 적극적이었던 판사들이 서울중앙지법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내 빅3인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는 법관 배치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구속영장발부 등을 결정하는 영장전담 부장판사 배치에 관여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정권에 민감한 사건을 다수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에 내 사람을 앉힌 셈”이라며 “향후 ‘코드 판결'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