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의 공익신고인이 이 사건의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이첩후 현재 거론되는 처리 방안에 대해 4일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거론한 ‘경찰 국가수사본부 이첩’ 가능성에 대해 “가장 비현실적이고 나쁜 방안”이라며 “공수처가 즉시 수사할 것이 아니라면 검찰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 처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검찰이 이첩한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의 처리 방향에 대해 공수처 직접수사, 검찰 재이첩 가능성 외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첩 가능성도 언급했다.
공익신고인은 본지 통화에서 “경찰 이첩 방안은 가장 현실성도 떨어지고 나쁜 방법”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경찰은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는 있지만 수사 결과 기소가 필요한 경우에는 검찰이나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공익신고인은 “경찰 입장에서 어느 기관으로 송치해야 할 지도 문제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이 사건의 ‘경찰 이첩’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무혐의 종결처분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현 정권 권력층 상대 사건, 경찰 이첩할 사안 아냐
공익신고인은 이 사건이 경찰 수사가 적합한 사안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사태 초기 신천지 신도들을 수사할 때처럼 전국에 흩어진 관련자들을 수사하는 사건이라면 경찰 이첩이 적합하지만 이 사건은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포함한 소수의 고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고위 검찰간부는 물론 전·현직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등이 연루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이들이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는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앞서 공익신고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이용구 법무차관(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위원)등을 신고했다. 최근 검찰 수사 결과 김오수 전 차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도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피의자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고위급 관련자 중 이미 상당수가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법정 증거로 쓸 수도 없는 경찰 수사의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수사는 생물, 지체되면 청와대 연루 증거도 없어져
공익신고인은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다면 기록검토를 2~3일 내로 마치고 관련자 소환조사나 필요한 포렌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익신고 이후 추가로 진술할 자료와 내용을 갖고 있는데 기록파악을 신속히 하지 않으면 관련자들에 의한 증거인멸 및 회유 협박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김 처장이 “처장과 차장 외에 수사관 10명도 있어 (현 상태에서의)수사도 가능하다”고 한 데대해 “면접 및 선발업무를 위해 동원된 행정요원이어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공수처에 파견된 수사관들은 면접 및 선발 업무의 지원을 위한 인력으로 수사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인력은 검사 뿐 아니라 수사관도 법에 따라 선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 거론되는 파견검사를 통한 공수처 직접수사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새로 검사를 파견받을 경우 사건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말맞추기나 회유·협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재판과 달리 수사는 움직이는 생물이어서 지체되면 전·현직 장·차관이나 청와대 연루 의혹 등의 증거도 모두 은닉될 수 있다”며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게 아니라면 이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