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관련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난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검찰 수사관이, 사건 당시 한 검사장에게서 증거인멸의 의도가 없어 보였다고 10일 진술했다.

검찰 수사관 A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피해자의 행동 중 증거인멸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작년 7월 한 검사장의 법무연수원 사무실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검찰 수사관이었다. 당시 사무실 안에는 한 검사장과 정 차장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5명이 있었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밀어 눌러 전치 3주 상해를 입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 차장검사 측은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입장이고, 한 검사장은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참여를 위해 전화를 하려는데 정 차장검사가 “이러면 안 된다”며 자신에게 뛰어들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진웅 측, 그림까지 준비해 “중심 잃은 것 아닌가” 물었지만…

이날 법정에서 정 차장검사 측은 당시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캐리커쳐 식으로 묘사한 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그림엔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뺏으면서 본의 아니게 중심을 잃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정 차장검사 측 변호인은 이 그림을 증인 A씨에게 보여주며 “한 검사장의 의자에 팔걸이가 있는데 피고인(정 차장검사)이 팔걸이 때문에 하체가 전진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체와 오른 팔을 뻗다가 중심을 잃고 한 검사장 위로 떨어진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A씨는 그림을 들여다 본 뒤 “저 장면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 같은 그림인데, 그 부분은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중심을 잃고 넘어진 부분이 맞다고 말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정 차장검사 측이 갑자기 제시한 그림에 재판부도 난색을 표했다. 재판부는 그림의 출처를 물으며, 해당 그림은 주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영상 보니…한동훈 “공무집행 과정에서 사람 폭행”

이날 법정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진 직후의 상황을 담은 20여초 분량의 동영상도 공개됐다. 몸싸움 장면은 한 검사장의 요청으로 담기지 않았다.

영상에서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에게 “공무집행 과정에서 사람을 폭행했다”고 말했고, 정 차장검사가 자신을 진정시키려 하자 “나는 변호인 참여를 제한받았다. 내가 전화한다고 했고, 허락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A씨는 둘 사이에 변호인 입회를 놓고 말다툼이 있었지만 정 차장검사가 결국 변호사에게 연락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두 사람의 몸싸움 장면이나 사건의 선후관계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