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추미애 전 법무장관보다 더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각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들의 작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작년에 7977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추 전 장관이 작년에 쓴 388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윤 전 총장보다는 1927만원이 많은 액수였다.

업무추진비는 기관장이 정책 추진 및 공무 처리에 사용하는 비용을 지칭하는데, 검찰의 경우 내·외부 행사 비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지검장의 경우, 작년에 대외 행사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은 3차례에 불과했고, 나머지 241건은 중앙지검 검사 또는 수사관들과 오찬·만찬 비용으로 지출됐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휘하 검사·수사관들과 식사를 했거나 회식 비용 등을 지원해 준 셈이다.

이 지검장은 특히 추 전 장관의 윤 전 총장 징계 청구를 앞둔 작년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12회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부부장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채널A 사건, 조국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정권 친화적인 처신을 했다는 비판을 받던 이 지검장이 ‘윤석열 징계’를 앞두고 내부 불만 여론을 사전에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들은 작년 11월 26일 윤 전 총장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지검 간부들은 이 지검장에게 용퇴(勇退) 요구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지검장은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저녁식사 자리는 웬만하면 피하는 검찰 간부로 알려졌었다. 그런 이 지검장이 지난해 부하들과 잦은 식사 자리를 가졌던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의식했던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주요 피의자지만 여권에서는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