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진욱 처장의 관용차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청사에 들인 뒤 면담 조사한 ‘황제 에스코트’와 관련해 낸 공식 보도 자료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답변서 ‘거짓말’에 이어 공수처 공식 자료의 ‘거짓말’은 심각한 사안”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대법원장 등 6부 요인,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독점적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뢰가 실추된 상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 견해가 많다.
이런 와중에 대검이 ‘이성윤 황제 조사’와 관련해 김 처장이 직권남용 등으로 수원지검에 고발된 사건을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대검은 공수처 청사가 안양지청 관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팀이 이미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데 다른 검찰청에 배당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피의자 호송차라더니 차장 등이 이용
공수처는 김 처장 관용 차량 제공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자 지난 2일 보도 자료를 내고 “(이 지검장) 면담 당시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으로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수처는 차량 2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 G90, 또 하나는 검은색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쏘나타 차량이 호송용으로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제네시스를 보내 이 지검장을 태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렌터카인 해당 쏘나타를 뒷문이 안 열리는 호송용으로 쓰려면 개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이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호송용 차량의 뒷좌석 문은 아예 손잡이가 없는 평면보드형이 부착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쏘나타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주로 업무용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공용차량 운영규정’상에도 체포·구속 등 범죄 수사를 위한 차량은 승합차를, 일반 업무용 차량은 승용차를 배정하도록 돼 있다. 이 또한 공수처 보도 자료와 배치되는 셈이다. 여 차장은 “지난 3월 29일 공수처와 검·경 3자 협의체 회의 당시 한 번 이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반 승용차도 어린이 안전을 위해 내부에서 뒷좌석 문을 못 열도록 한 ‘차일드록(child lock)’ 기능이 있지만, 이는 쉽게 풀 수 있고 해당 기능은 공수처장 관용차에도 있어 공수처 설명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공수처에 차량 개조 여부 등을 수차례 질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허위 보도 자료 처벌 전례 있어
검찰 안팎에선 공수처의 이번 보도 자료가 단순 과장이 아니라 ‘허위 공문서’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에서 낸 보도 자료가 ‘허위 공문서’로 처벌받은 전례도 있다. 검찰은 2017년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정상적인 사이버 활동을 했다’고 보도 자료를 냈던 국정원 대변인을 허위 공문서 작성죄로 기소했고, 2019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코미디가 돼 버렸다”며 “수사기관은 신뢰가 생명인데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 없이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