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를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소집을 신청했다. 외부 인사로부터 기소 적정성을 평가 받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채널A 사건에서의 전문수사자문단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모두 무시한 게 추미애 전 장관과 이 지검장이기 때문이다. 자문단과 심의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전문수사자문단은 특정 사건 기소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로 현직 검사와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작년 6월 14일 채널A 사건 관련 이동재 전 기자 측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체제의 검찰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작년 7월 채널A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측이 신청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채널A 사건은 추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전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수사했다.
수사심의위원회 역시 주요 사건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제도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과반수 찬성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내놨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체제의 수사팀은 이를 무시하고 작년 9월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했다.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 역시 작년 7월 25일 자신의 수사 여부와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심의위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체제의 정진웅 수사팀은 심의위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지 불과 나흘 뒤인 작년 7월 29일 한 검사장에 대한 ‘육탄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 스스로도 수사심의위 권고 결정을 지난해 모두 무시했기 때문에 이번에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심의위 권고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지검 소환 통보를 수차례 무시해오던 이 지검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검찰에서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번에는 기소 일정을 늦추기 위해 자문단과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