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조선일보DB

MBC 블랙리스트 작성 기자를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권모 전 MBC 카메라 기자가 MBC를 상 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권씨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권씨는 2018년 MBC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해고된 인물이다.

2017년 MBC 영상기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MBC 내부에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카메라 기자들을 등급별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가 있어 이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2018년 MBC 감사국은 감사를 벌여 권씨를 문건 작성 당사자로 지목했다. MBC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권씨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권씨는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해 2019년 서울서부지법에서 패소했지만 작년 8월 2심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권씨가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인사 이동안을 작성, 인사권자인 취재센터장에게 보고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취재센터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했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는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권씨의 해고가 무효라며 “MBC는 권씨에게 임금 8000만원과 복직 시까지 월 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권 씨가 블랙리스트와 인사이동안을 작성 및 보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MBC의 사규를 위반한 행위로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MBC는 취업규칙에서 민·형사상 불법행위만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징계규정을 그와 같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권씨의 비위행위가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