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58) 검찰총장이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김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신뢰받고 공정한 국민 중심의 검찰을 만들겠다”며 “국민이 우리에게 남겨 주신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직접 수사 최소화’ 발언을 놓고 검찰 내에선 “검찰 형사부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 참사·방위 사업)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박범계 법무장관이 밀어붙이는 검찰 조직 개편안을 수용하겠다는 말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 총장이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이번 조직 개편안을 그대로 받으면서 친(親)정권 성향을 드러낸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공정한 검찰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피의자’이거나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린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광철·백운규·채희봉 등 현 정권 인사에 대한 기소 여부가 김 총장이 말한 ‘공정성’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 총장은 2019년 법무차관 재직 당시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를 승인한 혐의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일각에선 “수원지검이 결국 김 총장을 무혐의 처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수사팀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린 인사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전례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검찰 간부 출신으로 총장에 발탁된 사례는 2002년 1월 이명재 당시 검찰총장 이후 김 총장이 처음이다. 당시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진승현·이용호 게이트의 부실 수사로 위기에 몰린 김대중 정권은 TK(대구·경북) 출신 이명재 전 서울고검장을 총장에 낙점했다.
이 전 총장은 임명 직전까지 모 로펌에서 5개월간 고문으로 근무했지만 사건을 별로 수임하지 않아 ‘전관예우’ 논란은 거의 없었다. 반면, 김 총장은 작년 4월 법무차관 퇴임 후 법무법인 화현에서 8개월간 월 최대 2900만원을 받고 사건 22개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연루된 사건이나 수임했던 사건들에 대해 ‘보고도 안 받고 지휘도 않겠다’는 회피 절차부터 밟았다. 첫 업무가 ‘내 사건’ 회피인 셈이다. 김 후보자 본인이 피의자 신분인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변호사로서 맡았던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구현모 KT 사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제약 업체 ‘코미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등이다. 한 법조인은 “역대 최다 사건을 회피하는 총장일 것”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일선 검사들과 법조계의 이목은 과연 김 총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월성 원전 경제성 축소 사건’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기소하느냐에 쏠려 있다. 이들에 대해선 수원지검과 대전지검이 이미 ‘기소를 승인해달라’는 보고를 올렸지만 대검이 결재하지 않으면서 김오수 총장에게 미룬 상황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들의 기소 여부가 ‘김오수 총장 체제’의 중립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재 전 총장의 경우, 총장 취임 이후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두 아들을 구속시킨 후 사의를 표명했다가 반려되기도 했다.